[ 강영연 기자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재산을 압류(강제집행)했다.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에 필요한 국내 롯데 계열사 지분 추가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로부터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롯데제과 지분(6.8%)과 롯데칠성 지분(1.3%)을 압류할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지분 가치는 2100억원에 달한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월 말 증권사에서 25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신 총괄회장의 증여세 2126억원을 대신 납부했다. 검찰 조사에서 신 총괄회장이 서미경 씨 등에게 불법으로 주식을 준 것이 적발돼, 당사자인 신 총괄회장이 내야 하는 세금이었다. 이번 압류는 이 세금과 관련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여세를 대신 내주고 빌린 돈을 받는다는 명목으로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려 한다는 얘기다.
이번 압류는 성년후견인 소송과도 관련이 있다. 성년후견인은 신 총괄회장의 재산을 처분할 권리를 갖게 된다. 법원은 법무법인 선을 후견인으로 지정했다. 이에 대해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이상이 없어 성년후견인이 필요 없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고등법원에서 지고,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이 소송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신 총괄회장 지분을 서둘러 확보하기 위해 압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이번 압류로 지분 변동이 생겨도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신 총괄회장 지분은 1.3%에 불과하다. 롯데제과는 신 전 부회장 지분(3.96%)과 신 총괄회장 지분(6.83%)을 더하면 롯데알미늄(15.29%)에 이어 2대 주주가 된다. 하지만 신 회장이 8.78%를 갖고 있고, 롯데알미늄 등이 우호지분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고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압류를 부당행위로 보고 이를 막을 특별대리인을 선임, 강제 압류 집행정지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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