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아닌 '심판' 선택한 황교안 대행…충격의 한국당, 김황식에 러브콜?

입력 2017-03-15 18:34   수정 2017-03-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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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4…황교안 대행 "공정 대선관리 위해 불출마"

황교안 대행 불출마 결정 왜?
국정 공백·공직기강 해이 우려…"당선 가능성 낮다" 판단도 한 몫

황교안 대행 지지층 어디로?
홍준표 지사 등으로 이동 가능성
유승민·안철수·안희정도 수혜 기대대선



[ 유승호 기자 ]
보수진영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돼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5일 결국 불출마를 택했다. 출마할 경우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심판’이 책임을 저버리고 ‘선수’로 나선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을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대선 판세가 야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여권 주자로서 승산이 별로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보수진영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그나마 야권에 맞설 유력 주자로 꼽히던 황 대행의 불출마 선언으로 더욱 심각한 인물난에 빠지게 됐다.

황 대행은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 관리를 위해 제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심판으로 남느냐, 선수로 뛰느냐’는 갈림길에서 심판으로 남기로 한 것이다. 지지율 15%대에서 불출마를 결정한 고건 전 총리의 길을 그대로 따랐다.

그간 정치권에선 박근혜 정부 2인자로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연대 책임이 있는 황 대행의 대선 출마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황 대행이 대선에 출마하기로 하고 사퇴할 경우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아야 해 국정 공백이 더욱 커지고 공직사회 기강이 해이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출마하더라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황 대행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한때 20%에 이르는 등 여권 대선주자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3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는 큰 격차를 보였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10~11일 한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8.9%에 그치는 등 박 전 대통령 파면 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출마할 경우 ‘정권 심판론’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점도 황 대행에겐 부담이었다.

자유한국당엔 비상이 걸렸다. 한국당은 그간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가운데 물밑으로 황 대행과 접촉하며 대선 후보로 영입을 추진했다. 황 대행과 홍준표 경남지사의 양강 구도로 경선 흥행을 꾀해 보수 지지층을 재건한다는 전략이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한국당 소속으로 경선 후보로 등록했거나 출마를 검토 중인 주자가 10명이나 되지만 대부분 여론조사 대상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지지도와 인지도가 낮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당내 일부에서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황 대행의 대안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16일까지 경선 후보 등록을 마쳐야 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바른정당을 포함한 보수진영 전체를 놓고 봐도 야권에 맞설 주자가 마땅치 않다.

한국당 일부에선 ‘차라리 잘됐다’는 분위기도 있다. 황 대행이 유권자의 선택지에서 사라지면서 다른 주자들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여론조사에서 10~15%로 나타났던 황 대행 지지층이 어디로 이동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보수성향이 강한 유권자들인 만큼 한국당 대선주자에게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일부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으로 흩어질 전망이다. 야권 주자 중 보수층 표심을 얻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도 일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야권 주자들은 일제히 황 대행 불출마를 “당연한 결정”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하는 황 대행의 불출마는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은 “황 대행은 국민께 사죄하는 자세로 국정안정과 공정한 선거관리 등에만 충실하기 바란다”고 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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