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파워독서] 무분별한 선행이 되레 무익할 때가 많다

입력 2017-03-16 16:11  

열정에서 쏟아내는 제도·정책이 오히려 세상을 망하게 할 수도
내 능력으로 세상 바꿀 수 있을까? 증거와 신중한 추측을 통해 효율적인 방안 제시

냉정한 이타주의자

윌리엄 맥어스킬 지음 / 전미영 옮김 / 부키



“무분별한 선행은 오히려 무익할 때가 많다.”

이런 주장을 담은 윌리엄 맥어스킬의 《냉정한 이타주의자》(부키)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효율적 이타주의’란 주제를 다룬 책이다. 효율적 이타주의는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가를 자문하고, 증거와 신중한 추론에 바탕을 두고 해답을 찾아나가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효율적 이타주의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다룬다.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제도나 정책이 오히려 사람을 망치고 자원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효율적 이타주의 핵심은 다섯 가지 핵심 질문에 들어 있다. 첫째,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가. 둘째, 이것이 최선의 방법인가. 셋째, 방치되고 있는 분야는 없는가. 넷째,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다섯째,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고 성공했을 때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이 다섯 가지 질문은 기부나 자선으로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저자는 1부에서 다섯 가지 핵심 질문을 제시한 다음 2부에서 각 질문을 구체적인 주제에 적용한다.

이 책의 가치는 선행을 베푸는 사람에게 열정이 아니라 냉정에 바탕을 두고 효율적인 기부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기부뿐만 아니라 관련 제도를 만들 때도 선의에서 나오는 열정이 얼마나 자원낭비적일 수 있는가를 새삼스럽게 되돌아보게 한다. 정치가나 행정가를 포함해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기를 원한다. 역으로 선의가 사람들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저자의 제안을 깊이 새길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 안에는 주옥 같은 귀한 정보들이 중간 중간에 숨어 있다. 한국에서의 삶을 지나치게 비극적으로 그리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저자가 제시하는 자료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 인구를 소득 순위대로 일렬로 세울 때 연간 소득이 5만2000달러 이상이면 세계 상위 1% 안에 들어간다. 소득이 2만8000달러나 1만6000달러이면 각각 상위 5%와 10%에 속한다. ‘헬조선’과 같은 용어를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이 새길 만한 정보다.

저자는 예리한 방법으로 자신의 주장을 차근차근 제시한다. 특히 9장 ‘열정을 따르지 말라’라는 제목의 글은 인상적이다. 진로와 관련된 조언을 할 때 멘토라 알려진 사람들은 쓸데없는 조언을 늘어놓곤 한다. 그 조언이라는 것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든지 “열정이 이끄는 대로 하라”와 같은 슬로건 성향이 강한 조언이다. 아무 비판 없이 이를 받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주장을 꼼꼼히 읽어봐야 할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나 열정은 쉽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직무만족도는 일 자체의 매력이며 이들은 자율성, 완결성, 다양성, 평가, 기여도에 좌우된다. 이들은 열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일 자체의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세상 분위기나 자신의 뜨거운 열정에 눈이 가려서 시간과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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