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발목잡는 강성 노조
노동시장 경직→경쟁력 약화 악순환
외국계 기업 임원 "이렇게 쉽게 매년 파업하는 나라 없어"
[ 최종석 노동전문위원/심은지 기자 ] 대통령 후보들이 노사 관계와 일자리 공약을 앞다퉈 제시하고 있다. 역대 최고 수준인 청년실업 해결책도 넘쳐난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찾기 힘들다. 공공부문 중심으로 일자리를 수십만 개 창출하겠다는 공약에는 재원 조달 방안 등 알맹이가 빠져 있다.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가정법에 기반한 방안이어서 산업현장과 괴리가 크다.
대선주자들의 공약이 오히려 노동개혁을 더 꼬이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자 대표를 이사로 선임해 경영에 참여시키는 내용의 노동이사제가 대표적이다.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노사 관계를 더 극단으로 치닫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야권 주자들은 공약집에 노동이사제를 꼬박꼬박 챙겨 넣고 있다. 포퓰리즘 경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군산조선소에는 정치권이 군함 조기 발주(이재명 성남시장)와 최소 수주 물량 배정(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내걸고 일자리 보장을 약속했다. 그 불똥은 현대중공업으로 튀어 노사 간 불신과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대선은 늘 일자리 공약 경연장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일자리 250만개, 이명박 정부는 300만개, 박근혜 정부는 15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일자리 사정은 오히려 나빠졌다. 지난 2월 실업률은 5%로 7년 만에 가장 높았고, 실업자는 135만명으로 17년 만에 최대였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는 노동시장에 큰 충격이다. 정년 60세법은 올해 중소기업까지 확대됐지만 보완책인 임금피크제는 노동계 반발로 제자리걸음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청년층과 중년층이라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악화일로다. ‘노동시장 경직→일자리 감소→국가 경쟁력 저하’라는 악순환 고리는 강해져만 간다.
일자리 문제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지적된다. 대기업·정규직 노조의 강성 노동운동이 배경이다. 노조의 강력한 파워는 잦은 파업으로 이어지고, 산업 현장의 고용·구조조정과 작업장 내의 전환배치조차 어렵게 한다.
산업현장을 들여다보면 강성 노조의 폐해는 더욱 두드러진다. 파업하는 노조만 해마다 파업한다. 금속노조가 그렇다. 조합원이 전체 근로자의 0.8% 수준인데도 전체 노사분규 건수의 40% 이상(2014년)을 차지한다. 한 다국적 기업의 법무담당 외국인 임원은 “이렇게 쉽게, 해마다 파업하는 나라는 보지 못했다”고 혀를 찼다.
큰 틀에서 노사관계를 고민해야 하는 노·사·정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노사 간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대통령자문기구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까지 두고 있지만 다수의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들은 노동 관련 법률의 상임위원회 논의조차 막고 있다. 노동개혁 과제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통상임금, 휴일근로 중복할증 폐지 등 노사나 여야에 따라 입장이 갈리는 법안은 제쳐두더라도 일·학습병행제법과 같은 ‘무쟁점’ 법안조차 수년째 발이 묶여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나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법제는 꿈도 못 꾸는 형편이다.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도 문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같은 정부위원회에서도 대결 구도는 여전하다. 노사 간, 노정 간 힘겨루기 속에 후진적 노동시장의 골은 깊어만 간다. 노동 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한 독일과 스페인, 해외로 나간 공장을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해 노동계가 힘을 보태는 미국의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노사관계 선진화로 맺어진 열매는 결국 새로운 일자리로 국민에게 돌아간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심은지 기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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