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사장님들, 도로공사에 왜 뿔났지?

입력 2017-03-16 18:32  

기름값 싸진 고속도로 주유소 뒤엔…
도로공사, 운영권 무기로 '저가' 압박
'울며 겨자먹기'로 마진 줄이고 휴게소 사업으로 수익 메우기도

고속도로 주변 주유소들은 죽을 맛
출혈경쟁 내몰리며 생존 걱정…김천 도로공사 본사 찾아가 항의
도로공사 "소비자는 만족…문제없다"



[ 주용석 기자 ]
한국주유소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석유 도매상들의 이익단체)가 16일 “한국도로공사가 주유소를 다 죽이고 있다”며 경북 김천의 도로공사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알뜰주유소(ex 주유소)가 기름값을 지나치게 낮추는 바람에 인근 주유소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기름값 인하로 대다수 국민이 혜택을 보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도로공사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약 190개의 주유소를 거느리고 있다. 전국 주유소(약 1만2000개)의 1.6%다. 고속도로 주유소 중 90%(170개가량)는 기름을 싸게 파는 알뜰주유소다. 나머지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위탁 운영하는 일반 주유소다.

과거 고속도로 주유소는 인근 주유소보다 기름값이 훨씬 비쌌다. 운전자가 한번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고속도로 주유소 외에는 달리 기름을 넣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고속도로 주유소들은 기름값을 비싸게 받았다. 2012년 정부 주도의 알뜰주유소가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대세를 바꾸진 못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을 확 낮추면서다. 지금은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이 인근 주유소보다 매우 싸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죽전휴게소에 있는 알뜰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판매 가격은 16일 기준 L당 1460원이다. 반경 1㎞ 이내에 있는 10여개 주유소 중 제일 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인근 일반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L당 1499~1568원이다.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보다 적게는 39원, 많게는 108원이나 비싸다. 고속도로에 있는 SK·GS·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의 일반 주유소도 인근 주유소보다 싸게 판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천안 SK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L당 1485원으로 반경 1㎞ 내 일반 주유소보다 최대 13원 낮다.

이렇다 보니 고속도로 주유소를 찾는 손님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덕분에 고속도로 휴게소도 장사가 잘되고 있다. 하지만 인근 주유소들은 울상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도로공사가 위탁운영권을 무기로 주유소들에 출혈경쟁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통상 5년마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 운영권을 입찰에 부친다. 이 과정에서 기름값이 얼마나 싼지가 핵심 평가 잣대가 된다. 입찰을 따내려면 현실적으로 기름값을 낮출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고속도로 주유소는 주유소 사업에서 돈을 못 벌더라도 휴게소에서 돈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사정이 낫지만 인근 주유소들은 꼼짝없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도로공사의 생각은 다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기름값이 싼 것은 이들이 기름을 공동으로 구입해 원가를 낮춘 게 가장 큰 요인”이라며 “일반 주유소들도 기름값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또 “2014년 김학송 사장 취임 전만 해도 국회에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에서 파는 기름값이 별로 싸지 않다’는 질타가 쏟아지면서 도로공사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지금은 국민 대다수가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에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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