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는 "받은 적 없다" 반박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중국의 한 기업인과 홍콩의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10억달러(약 1조1320억원)에 이르는 거금의 행방을 놓고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의 억만장자 셰즈쿤 중즈그룹 회장(사진)은 지난달 홍콩의 PEF 운용사 XIO를 상대로 조세피난처 케이맨제도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XIO가 펀드를 설립할 때 셰 회장이 10억달러를 투자했는데 XIO 측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셰 회장은 소장에서 “XIO 경영진이 공모해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셰 회장은 2015년 여름 XIO 런던사무소 초청으로 해당 펀드의 투자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유럽과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XIO의 전·현직 임직원도 셰 회장이 XIO 관계자들과 함께 영국과 이스라엘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후 XIO는 독일 비료회사와 이스라엘 자산운용사를 인수했지만 이 같은 투자내용을 셰 회장에게 일절 통보하지 않았다.
셰 회장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자금으로 설립된 펀드 운용 상황을 보고해달라는 요지의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XIO 측으로부터 아무런 회신이 없자 소송을 제기했다.
XIO는 펀드 운용을 위해 2014년 케이맨제도에 도시벤처스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서류에만 존재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페이퍼컴퍼니의 명목상 소유주는 애틴 리 XIO 회장이지만 ‘셰 회장의 동의 없이는 펀드 자금을 처분할 수 없다’는 계약을 맺었다고 셰 회장 측은 주장했다. 반면 조지프 파치니 XIO 최고경영자(CEO)는 “셰 회장은 XIO 투자자가 아니며, 과거에도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결국 10억달러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케이맨제도 법원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셰 회장은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중즈그룹을 설립한 뒤 산림업 금융업 등으로 갑부의 반열에 올랐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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