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끝난 운영자, 철수 거부
서울시, 법원 소송 거쳐 강제 폐쇄
5월 초에나 재개장 할듯
산책 나온 시민들만 '골탕'
[ 마지혜 기자 ] 서울 당산동에 사는 주부 김은정 씨(37)는 얼마 전 딸 둘을 데리고 집 앞 양화한강공원에 나들이를 갔다가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당산철교 아래부터 성산대교 남단까지 이어지는 1.6㎞ 산책로에서 영업하던 네 곳의 매점이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먹일 과자와 음료수 등을 공원 매점에서 살 생각으로 빈손으로 나온 김씨는 목이 마르다며 우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한강공원 흉물 된 매점들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기 위해 한강공원에 나오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지만 공원 내 매점 상당수가 폐쇄된 채 방치돼 있어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17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양화·잠실·여의도 등 11개 권역으로 구분된 한강공원의 매점 29개 중 12개가 지난해 말부터 문을 닫았다. 1980년대부터 한강공원에서 영업해온 노점상들이 만든 연합체 ‘한강체인본부’가 운영해온 곳이다.
▶본지 2016년 4월2일자 A27면 참조
서울시는 2008년 한강체인본부와 한강공원 매점 운영에 관한 계약을 맺었다. 사업자가 자체 자금으로 매점을 지으면 8년간 임차료를 내지 않고 운영할 수 있고, 이후 소유권은 시에 귀속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계약은 지난해 5월 종료됐다.
서울시는 한강체인본부 측에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영업을 중단하고 매점 시설물을 넘기라”고 했다. 하지만 한강체인본부 측은 “자체 비용을 들여 한강변 매점을 살려 놓았는데 상인들의 생계 대책도 마련해주지 않고 빈손으로 나가라는 것이냐”며 영업을 계속했다. 시는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했고 한강체인본부는 강제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맞섰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고 서울시는 강제집행을 통해 12개 매점을 거둬들였다.
◆“다음달 새 사업자 공모”
서울시가 매점 소유권을 가져오고도 영업하지 않고 있는 것은 시설물 안전도가 C~D등급에 해당하는 등 보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5억4000만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한 뒤 오는 5월 초 매점을 다시 열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신규 사업자도 선정되지 않았다. 내달 초 보수공사를 시작하면서 새 사업자 공모를 할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법원 결정 이후 4개월간 서울시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정훈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강동1)은 “계약기간이 끝나도 사업자가 명도(건물 등을 내어주는 일)를 거부할 수 있다고 서울시에 수차례 경고하며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는데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강제집행 정지 가처분 소송이 걸려 있던 시기에는 판결이 어떻게 날지 몰라 손을 못 썼다”며 “5월 재개장 전까지 폐쇄된 매점 주위에 임시 매점을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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