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 머리 맞댔다

김병원의 열정…'무박2일' 끝장토론

취임 후 세 번째 밤샘행사
전국 조합장 500여명 초청…16시간 논스톱 강연·토론
"돌아갈 배 침몰시키는 파부침주 각오로 경영"


[ 오형주 기자 ]
아직 먼동이 터오지도 않은 18일 오전 6시. 전국 농·축협 조합장 500여명이 새벽 공기를 맞으며 서울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대강당을 빠져나왔다. 전날 오후 2시부터 장장 16시간에 걸친 강연과 토론을 마치고 나서다. 지난해 3월부터 농협에서 이런 ‘무박(無泊) 2일’ 행사는 흔한 일이 됐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무박 2일 경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년간 임직원·조합장들과 벌인 공식 밤샘 토론만 벌써 세 차례다. 밤샘도 마다하지 않는 김 회장 특유의 무박 2일 경영의 목표는 ‘2020년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이다.

◆16시간 밤샘 행사

농협은 17일 강원권, 전북권, 영남권 농·축협 조합장 등 520여명이 참석하는 ‘2017 조합장 열정농담(熱情農談)’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오후 2시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의 ‘역사에서 배우는 세종과 정조의 리더십’ 강연을 시작으로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논스톱으로 치러졌다. 1961년 농협 창립 이래 중앙회장이 전국 조합장과 이런 밤샘 토론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합장 열정농담은 “2020년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위해 농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합장들과 함께 고민하자”는 김 회장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2020년 농가소득 5000만원’은 김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대표적 ‘캐치프레이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농가 평균소득은 약 3722만원으로 도시가구 평균소득(5780만원)의 64% 수준에 그쳤다. 농협은 2020년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위해 75개 과제를 발굴하고 조직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김 회장은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선 조합장들의 역할과 리더십이 중요하다”며 “돌아갈 배를 침몰시키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절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경영에 임하자”고 당부했다.

◆“밤에는 모든 것이 용서된다”

김 회장의 밤샘 토론은 특유의 ‘밤샘 심리학’에서 나왔다. 그는 “예전에 신달자 시인은 ‘연애편지는 밤 11시에서 새벽 3시 사이에 쓰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며 “그 시간엔 사람의 마음이 넓어져 감정이 풍부해지고 모든 것이 용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첫 밤샘 토론은 김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29일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열린 ‘2016 농협 리더십 콘퍼런스’였다. 농협이 처한 절박한 위기를 농협 계열사 모두가 공감하고 이를 극복하자는 ‘농심 찾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김 회장이 제안해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농촌 마을에 스토리 심기, 조합원 중심 문화·의료·장학사업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올 1월13일엔 중앙회와 계열사 전 임원진, 전국 시·군 지부장 등 430여명이 참석한 ‘2017 농협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다음날 새벽 6시까지 ‘변화와 혁신’을 주제로 밤샘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밤샘 토론 와중에 참석자들에게 종종 감성적인 시나 수필 한 구절 등을 들려준다. 지난해 4월 콘퍼런스에서는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당시 품은 초심을 잃지 말자”는 취지에서 본인이 평소 즐겨 읽는다는 정채봉 시인의 시 ‘첫 마음’을 읊었다.

농협에서 이런 무박 2일 행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농협은 오는 24일엔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조합장 500여명을 대상으로 2차 열정농담을 연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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