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증류식 소주 '화요', 병에 붙는 세금 때문에…
[ 김정은 기자 ] “전통주 규제를 풀기 위해 12년 동안 뛰어다녔어요. 그런데 누구 하나 귀 기울여주지 않더라고요. ‘미쳤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조태권 광주요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10일 기획재정부에 14번째 진정서를 제출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만든 술은 ‘화요(火堯)’다.
전통 도자기 제조업체를 경영하던 조 회장은 2005년 전통 증류식 소주 화요를 내놨다. 전통 도자기와 음식, 술이 어우러지면 우리 음식문화를 복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화요는 가격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가격이 소주의 일곱 배가 넘었다. 소비자들도 값싼 희석식 소주에 익숙했다. 비싼 출고가에 주류 도매상의 반응도 싸늘했다. ‘1년 안에 망할 것’이란 사람도 있었다. 2014년까지 화요의 누적 적자는 100억원을 넘었다. 조 회장은 사재를 털어가며 버텼다.
적자가 커지자 조 회장은 2013년 행동에 나섰다. 기재부에 진정서를 내기 시작했다. 종가세를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조 회장은 화요처럼 고급 한국산 도자기를 병으로 쓴 전통주는 병 가격에까지 세금이 붙어 값이 비싸지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리병에 넣어 수입하거나 원액만 들여와 국내에서 병에 넣어 파는 위스키는 주세가 싸 원가경쟁력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때론 답답한 마음에 기재부 공무원들에게 “주류 후진국으로 남고 싶으냐”며 “전통주의 전통을 끊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호통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종량세로 주세를 바꾸면 세수가 늘고 우리 술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정서만 내고 가만히 기다리지는 않았다. 전국 군부대 100여곳을 돌며 화요에 대해 강의했고 장교들 사이에서 ‘괜찮은 국산 고급술’이라는 입소문이 돌았다. 클럽 파티를 후원하는 등 젊은 층을 겨냥한 문화 마케팅도 벌였다. 조 회장은 “화요가 수입 위스키를 대체하는 효과를 낼 정도로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전했다. 화요는 2015년 흑자로 돌아섰다.
그래도 주세법 개정을 위해 끝까지 싸울 생각이다. 그는 “낡은 제도가 제품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기업 생존까지 어렵게 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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