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조건부 동의 가닥
[ 김일규/이현일/안대규 기자 ]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시중은행들에 대출금의 80%가량을 출자전환할 것을 전격 요구했다.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으로, 은행들은 신규 자금 지원은 못한다는 조건으로 출자전환에 동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KEB하나, 국민, 우리, 농협, 신한 등 5대 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을 긴급 소집해 대우조선 대출에 대한 출자전환과 함께 신규 자금 지원, 선수금환급보증(RG) 확대 등을 요구했다.
출자전환 요청 규모는 대출이 없는 농협·신한은행을 뺀 3개 은행의 대출 잔액이 64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5000억원 정도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을 충분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강도 높은 요구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상선 회생을 위한 채무 재조정 때 은행권 출자전환 비율은 60%였다.
정부는 앞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출자전환 3조원, 신규 지원 3조원 등 모두 6조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다른 시중은행과 사채권자의 고통 분담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한 사채권자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우조선 지원에 참여하지 않으면 법정관리(프리패키지드 플랜)로 갈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손실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식으로 압박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이같이 초강수를 둔 것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지원만으로는 대우조선이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015년 10월 후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투입했지만 선박 수주가 끊기면서 회사 사정은 악화일로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1조6089억원에 달하는 등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난해 말 2조80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해준 지 석 달도 안 돼 부채비율이 2700%로 높아졌다.
김일규/이현일/안대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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