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해 한글날을 앞두고 초중등 교과서에 나오는 일본어투 등 외래어를 올바른 우리말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시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교과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일본어투 표현은 ‘~에 대하여(대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쓰기에서 ‘~에 대한/대해’ 식의 표현이 일본어투란 지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으나 막상 글을 쓰다 보면 대부분 자기도 모르게 이런 표현이 튀어나온다. 이는 애초에 글쓰기 습관이 잘못 들었기 때문이다. 무심코, 상투적으로 남발하는 게 늘 문제다.
문장 내 군더더기로 쓰일 때 많아
다만 ‘~에 대한/대해’가 일본어투라고 해서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또 무조건 쓰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틀린 얘기다. 비록 외래어 또는 외래어투라고 해도 우리말 체계에 없는 것, 그래서 우리말 표현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 특히 이 ‘~에 대한/대해’를 딱히 일본어투라고 단정지어선 안 된다는 국어학계의 연구결과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과 같은 용법과는 조금 차이가 있으나, 옛 문헌을 보면 우리는 이미 15세기부터 ‘~을 대하다’란 표현을 써왔다.(이동석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교수)
‘~에 대한/대해’를 남발해선 안 되는 더 중요한 이유는 이 표현이 문장에서 군더더기로 작용하기 십상이란 점 때문이다. 없어도 될 말을 습관적으로 씀으로써 글의 흐름을 방해하고 간결한 맛을 떨어뜨리게 한다.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사례를 통해 이런 점을 살펴보자.
예)메이저리그 사무국은 5일(현지시간) 경기력을 올리려고 약물을 사용한 혐의로 로드리게스에 대해 내년 시즌까지 211경기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 문장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에 대해’가 들어감으로써 글이 어색해진 게 드러난다. 문장이 꼬일 때는 ‘이 문장을 내가 말로 설명한다면 어떻게 풀까’를 생각한 다음 그대로 옮기면 된다. 여기서도 우리가 말로 할 때는 ‘A가 누구누구에 대해 징계 처분을 내렸다’라고 하지 않는다. ‘A가 누구누구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하는 게 우리 말법이다. 신문기사에서 흔지 볼 수 있는 ‘~에 대해 압수 수색했다’ ‘~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같은 표현은 모두 ‘~을 압수 수색했다’ ‘~에게 경고 조치했다’라고 하면 그만이다.
글쓰기의 요체는 ‘간결함’
“이제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릴 때가 됐다.” 어떤 모임에서 난상토론 끝에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고 치자. 이 짧은 문장에서도 ‘~에 대한’은 군더더기다. 글쓰기의 요체 중 하나는 ‘간결함’이다. 그 점에서 이 예문에 보이는 ‘~에 대한’은 의미상 없어도 될 말이다. ‘대하다’란 말은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란 뜻이다. ‘A를 소홀하게 대하다’ ‘B를 진심으로 대하다’처럼 서술어로 쓰일 때 자연스럽다.
이 ‘대하다’를 문장 속에서 관형어나 부사어 등 수식어로 쓸 때 자칫 군더더기가 되기 십상이다. 특히 부사어보다 관형어로 쓸 때 문장이 더 어색해진다. 예문의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다’를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다’로 바꿔 보면 훨씬 문장 흐름이 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아예 ‘~에 대한/대해’를 쓰지 않는 것이다. ‘이제 이 문제에 결론을 내릴 때가 됐다’라고 하면 간결한 맛이 살아난다.
‘~에 대한/대해’를 남발하면 우리말 문장이 비틀어진다. 꼭 필요한 문맥이 아니라면 가급적 쓰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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