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장진모 기자)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쓴 소리’를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어렵게 도입한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를 차기 정권에서 폐지하겠다는 공약이 잇따르자 “공공개혁은 멈출 수 없고, 반드시 필요하고 올바른 정책”이라고 일갈하고 나선 것이다.
황 대행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자전거 페달, 계속 밟읍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황 대행은 “공공기관이라면 빚내서 영업하다 손실을 많이 내고, 그러면서도 연봉은 높아 ‘철밥통’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번 정부 들어 꾸준히 개혁한 결과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자녀 우선채용, 장기휴가 등 과도한 복지는 폐지됐고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1년에 청년 4000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얻게 됐다”며 “실적에 상관없이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을 받는 게 아니라 성과에 따라 연봉을 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황 대행은 “이들 외에도 많은 사례들이 있는데 다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누군가가 재미있게 소설로 쓰면 좋겠다 싶습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전거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고 오르막길에선 뒤로 미끄러진다”며 “공공개혁도 마찬가지다. 우리 함께 계속 페달을 밟고 달립시다”라고 말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황 대행의 평소 소신을 말한 것이고, 지난 9일 열린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강조했던 내용을 요약한 글”이라며 “특정 대선 후보를 겨냥한 정치적 발언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성과연봉제 폐지를 약속하고 있는 대선주자들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들이 지난 18일 공무원노조총연맹 새 집행부 출범식에 나란히 참석해 성과연봉제 폐지 등 공무원노조의 11대 요구사항 대부분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다음날 황 대행이 작심하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8일 공노총 행사에서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와 성과평가제를 즉각 폐지하겠다”며 “정부조직 개편 시 노조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성과에 대한 구체적 합의조차 마련되지 못한 채 성과평가제, 성과급적 연봉제, 저성과자 퇴출제로 공무원을 무한 실적경쟁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공무원노조 가입 범위 확대, 정부조직 개편 때 노조 참여 등 공노총이 제시한 11대 과제에 대해 “대체로 공감한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1대 과제는 정의당의 노선이자 정책”이라고 말했다.
황 대행은 지난 9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일부에서 성과연봉제 시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성과연봉제는 공공기관의 실질적 생산성 제고와 공공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올바른 정책”이라며 “올해에는 성과연봉제가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와 추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끝) /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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