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사드' 해법…"중국 대신 아세안·미주 사업 확대"

입력 2017-03-20 15:25   수정 2017-03-20 15:36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이 중화권에 쏠려있던 회사의 글로벌 사업 역량을 아세안과 미주 쪽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에 대한 보복 등으로 중화권 사업이 위축할 것이라 보고 이를 대체할 시장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 회장은 20일 취임 20주년을 맞아 배포한 자료에서 "지난 20년 간은 중화권에 역량을 집중했다"며 "앞으로는 아세안과 미주 시장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세안 중에서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신흥 시장에서 브랜드를 확산해 나갈 것"이라며 "미주에서는 하반기 이니스프리를 선보여 설화수, 라네즈와 함께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현재 중국을 포함해 14개국에 19개 법인을 두고 32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은 1조257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했다. 이 중 중국 시장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중화권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중국 내에는 설화수와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등 주요 브랜드 매장이 각각 수백개씩 들어서있다.

이와 달리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는 매장 수가 십여 개에 불과하거나 아직 진출하지 않은 브랜드도 많다.

미국과 캐나다에는 설화수 매장 일부와 세포라 등 유통 채널을 통해 라네즈 브랜드가 입점한 정도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국에서의 사업을 바탕으로 1996년 94억원에 불과하던 해외 매출이 지난해 180배 이상 성장했지만 사드 이슈가 불거지면서 중국 내에서의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다.

앞서 배동현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는 사드 이슈와 관련해 "회사가 성장해야 하는데 이런 문제가 생겨 (서 회장) 고민이 많다"며 "사드 배치 후 상황이 더 중요한데 상황이 나빠지면 영업에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 회장은 그러나 "중화권과 아세안, 미주를 3대 축으로 글로벌 전략을 전개할 것"이라며 "아울러 중동 시장도 공략해 나갈 에정"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동 진출을 위해 두바이에 법인을 세우고 현지 최대 유통 기업과 협업을 시작했다. 올해 안에 에뛰드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서 회장 취임 후 20년 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매출이 6462억원에서 6조6976억원으로 10배 늘었고, 영업이익은 522억원에서 1조828억원으로 21배 성장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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