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적중률 1, 2위 다투는 아이언 달인들의 우승 경쟁
퍼팅 싸움서 희비 엇갈려
스웨덴 노르드크비스트 우승
막판 추격 불 댕긴 전인지, 쭈타누깐 등과 공동 2위
[ 이관우 기자 ] 4연승을 향해 치닫던 ‘K랠리’가 주춤했다. 브레이크를 건 쪽은 미국도, 태국도 아닌 스웨덴의 강호 안나 노르드크비스트(29)다. 퍼팅에 불이 붙자 아무도 손을 쓰지 못했다. 3년여 만에 우승을 노리던 유소연(27·메디힐)과 올 시즌 첫승을 기대했던 전인지(23)가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화끈한 화력을 뿜어낸 ‘바이킹의 폭주’를 막진 못했다.
퍼팅에 날개 단 ‘바이킹 아이언 달인’
노르드크비스트는 20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GC(파72·6679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뱅크오브호프 파운더스컵(총상금 150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4라운드 합계 25언더파 263타. 전인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등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렸다. 지난해 6월 숍라이트클래식 이후 9개월여 만의 우승이자 통산 7승째다. 노르드크비스트는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원)도 함께 챙기며 전설의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을 잇는 스웨덴 골프의 건재를 과시했다.
K골프의 대항마로 떠오른 노르드크비스트는 컴퓨터 아이언이 특기다. 그린 적중률(GIR)이 지난 시즌 78.6%로 1위다. 2009년 LPGA 투어 데뷔 첫해 29위의 적중률을 기록한 이후 2013년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타더니 지난해 결국 ‘아이언 1인자’ 자리를 꿰찼다. 퍼팅만 잡히면 멀티우승은 시간문제라는 평이 진작부터 나왔던 배경이다.
이번 대회에서 그 잠재력이 터졌다. 길든 짧든 퍼팅이 모두 홀컵으로 빨려들어갔다. 나흘 동안 퍼팅이 102개에 불과했다. 11언더파를 몰아친 3라운드에선 경쟁자들보다 5~6개가 적은 24개의 퍼팅밖에 하지 않았다. 노르드크비스트는 “제2의 고향인 애리조나주에서 대회가 열려 편안한 마음으로 골프를 즐겼다”고 했다. 노르드크비스트는 10년 전 미국으로 유학 와 프로 데뷔전까지 2년6개월가량 애리조나주립대를 다녔다.
퍼팅에 발목 잡힌 ‘코리안 아이언 달인’
2014년 8월 캐나다오픈 이후 31개월째 승수를 보태지 못한 유소연은 이번 대회에서 ‘4연속 K랠리’에 가장 가까이 간 선수였다. 이날 9번홀(파4)부터 11번홀(파5)까지 3개홀 연속 버디를 골라내며 노르드크비스트를 1타 차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13번홀(파4)에서 1.5m 정도의 짧은 버디 퍼팅을 놓친 뒤 눈에 띄게 흔들렸다. 이후 유소연은 14번홀(파3), 16번홀(파4), 17번홀(파3)에서 보기 3개를 내리 내주며 주저앉았다. 21언더파 267타. 공동 5위였다.
이번 대회에서 58주 연속 커트 통과 기록을 쓴 유소연의 꾸준함도 ‘역대급 아이언’에서 나온다. 올해 LPGA 투어 전체 그린 적중률 1위에 올라 있는 그는 2012년 데뷔 이후 노르드크비스트, 렉시 톰슨 등과 ‘용호상박’ 아이언 대결을 펼쳐왔다. 그러면서도 그린적중률은 4위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지난해까지 2위 두 번, 4위가 두 번이었다. 아이언 샷감이 절정에 오른 이번 대회에서도 85%의 그린 적중률을 보였다. 하지만 막판 퍼트감이 흔들리면서 공교롭게도 노르드크비스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유소연은 나흘간 116개의 퍼팅을 했다. 102개를 한 노르드크비스트보다 14개가 많았다.
유소연의 바통을 이어받은 전인지가 15번홀(파5)까지 보기 없이 6타를 줄이며 막판 추격에 고삐를 죄는 듯했다. 하지만 남은 홀이 많지 않았다. 23언더파 265타 공동 2위. 그러는 사이 노르드크비스트는 17번홀 버디를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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