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언론 앞에 등장…오포·비보 신화 이끈 돤융핑

입력 2017-03-20 18:24   수정 2017-03-21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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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와 인터뷰

저가폰에 고급기능 탑재
오포·비보, 중국서 아이폰 제쳐
"애플 이겼지만 여전히 롤모델"



[ 안정락 기자 ] “애플도 결점이 있기 때문에 우리를 이길 수 없었습니다. 애플은 뛰어난 운영체제(OS)를 만들었지만 우리는 다른 분야에서 그들을 뛰어넘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친 오포(Oppo)와 비보(Vivo)의 공동창업자인 돤융핑 BBK(부부가오) 회장(사진)이 20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돤 회장은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은둔형 억만장자로, 그가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10년여 만이다.

돤 회장은 애플이 중국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저렴한 기기에 고급 기능을 담는 등 애플이 꺼리는 전략을 썼다”고 강조했다. 오포와 비보는 현지 스타들을 활용한 마케팅과 함께 중국 전역의 판매망 확대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다. 부담 없는 가격 이미지로 젊은 층에 다가갔고 이후 고가 스마트폰 시장까지 발을 넓혔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오포와 비보는 지난해 중국에서 스마트폰 1억4700만대를 팔아 화웨이(7660만대), 애플(4490만대), 샤오미(4150만대) 등을 크게 따돌렸다. 오포는 작년 4분기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점유율 12.3%를 기록해 애플(12.2%)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돤 회장은 애플을 제치긴 했으나 오래전부터 애플에 큰돈을 투자하고 있으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언제 투자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해외자산 상당량이 애플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집도 애플 본사와 가까운 미국 캘리포니아의 팰러앨토에 있다. 그는 “애플은 놀라운 회사이고, 우리가 배울 모델”이라며 “우리는 누구를 따라잡겠다는 생각 대신 스스로 발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돤 회장은 뛰어난 투자 감각으로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 56세로 중국 장시성에서 태어났다. 그는 1995년 BBK를 창업해 컴퓨터와 DVD 플레이어, MP3 플레이어 등을 팔면서 큰 재산을 모았다. 오포는 BBK 사업부에서 분사된 회사로 2006년 휴대폰 사업에 진출했다. 비보는 BBK의 자회사로 2009년 설립됐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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