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보다 진영논리에 매몰
[ 박상익 기자 ]
대선주자들이 국방 분야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한 국방 개혁 차원의 큰 그림을 제시하기보다 복무기간 단축이나 모병제 도입 같은 표를 얻는 공약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철회와 주한미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진영 논리에 입각한 주장도 적지 않다.
군 복무기간 단축은 선거철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군 복무기간을 18개월에서 최대 12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 전 대표는 “원래 국방부 개혁안에 복무기간을 단계적으로 18개월까지 단축하기로 설계했기 때문에 이 수준까지 단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군 내부에서는 병역 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뚜렷한 재원 대책 없이 복무기간 단축이 현실화한다면 군 운용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모병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사드 배치에는 대선주자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문 전 대표는 차기 정부로 미루자고 한다. 이 시장은 반대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동맹국과의 약속을 준수하자고 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남 지사는 조속한 배치를 주장하고 있다.
국방정책 비전은 안 보인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비롯한 군 상부구조 개혁과 육군 중심 군 구조 개편, 무기 구매 시스템 개선을 통한 방산비리 해결책 마련 등 국방 개혁 작업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복무기간 단축 등 개별 정책은 이런 큰 틀의 전략을 수립한 다음에 나와야 하는데, 전략은 보이지 않고 표를 의식한 공약만 양산되고 있다.
각 캠프에서는 경제, 복지 등 유권자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은 분야의 공약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이느라 국방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고 있는 실정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국방정책은 국민의 관심이 없어도 큰 차원에서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대선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유권자 관심사가 떨어지는 부문에서 논란이 일어나면 표를 잃을까 봐 정책을 발표하기를 주저한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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