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경조정세 때문에 물어낼 벌금액은 얼마나 될까

입력 2017-03-21 15:05  



(박진우 국제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추진하는 ‘국경조정세(Border adjustment tax)’, 즉 현금흐름세(DBCFT·Destination-Based Cash Flow Tax)가 최근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수출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DBCFT 세율이 20%라는 전제 하에 현대·기아자동차가 추가 부담하는 세금은 36억달러에 이릅니다. 약 4조원에 이르는 액수죠. 수입된 상품에 법인세를 부과할 때 매출 원가를 공제해주지 않아 이런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입니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은 즉각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죠.

부가가치세(VAT)인 DBCFT는 크게 세 가지 영향을 미칩니다. 수출로 얻은 이익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수입품엔 매출 원가를 공제해주지 않습니다. 자국에서 발생한 이익에만 세금을 부과한다는 ‘영토주의’ 과세 개념이 적용된 것입니다. 여기에 미국 내 제조기업엔 인건비를 공제해주는 안이 포함됐습니다.

일단 VAT는 WTO 규정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VAT는 한 국가 내에서 모든 상품에 대해 똑같이 매기는 세금이니까요. DBCFT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인건비 공제안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3조 ‘내국민 대우의 원칙’을 위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이나 규칙이 동종의 국내 상품에 대해 같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조항이죠. 인건비 공제는 미국 기업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는 수입세 혹은 수출보조금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중국과 EU가 DBCFT를 제소해 WTO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보복 과세액은 얼마나 될까요. 이와 관련,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Will the proposed US border Tax Provoke WTO retaliation from trading partners?’라는 제목으로 보고서(policy brief)를 발간했습니다.

WTO는 1995년 무역분쟁조정제도를 도입했고, 이후 500건 이상의 분쟁이 이 제도를 거쳤습니다. GATT 3조를 위배했다는 판정이 나오면 GATT 22조 6항에 따라 벌금을 부과받습니다. 22조 6항은 제소한 국가가 제소당한 국가에 부과하도록 허용된 벌금의 상한선을 규정합니다. 총 500건 이상의 분쟁 가운데 13건만 22조 6항이 적용됐죠.

이 규정에 따른 벌금 상한액은 DBCFT가 부과되지 않았을 때의 무역상대국 수출액에서 부과된 때의 수출액을 뺀 금액입니다. 국경조정세를 20%로 두고 공제 대상인 미국 인건비가 총 생산비용의 50%라고 보면 이는 10%의 수입세를 부과한 것과 같습니다. 미국 내 생산 기업이 10%의 세 부담을 덜어낸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이 숫자를 토대로 하면 세계 모든 국가들은 미국으로부터 최대 2200억달러까지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여태 가장 큰 금액 상한선은 40억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죠. 예컨대 중국은 최대 460억달러, EU는 420억달러의 벌금을 매길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10% 수입세가 아니라 10% 수출보조금을 지급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주장에 따르면 위와 같은 조건으로 DBCFT가 부과된 경우 미국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1조6500억달러로 계산됩니다. 여기에 10%를 곱하면 1650억달러로, 이 금액이 벌금 상한선입니다.

더 큰 문제는 GATT 6조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에 따라 WTO 회원국은 즉각 상계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상계관세에 대한 조사를 WTO에 요청하더라도 최대 4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이렇게 쉬운 보복조치가 가능하다면 모든 국가들은 상계관세를 매길 것이고, 이에 따라 미국 수출액은 무려 3850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산됩니다.

DBCFT를 부과하더라도 장기에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수출가격이 오르고 수입가격은 내릴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PIIE는 환율이 완전히 조정되지 않은 단기에 무역상대국에 손실을 줄 수밖에 없다고 얘기합니다. WTO 체제도 단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벌금 부과를 피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당장 미국 공화당이 과감하게 DBCFT 도입을 추진해 상·하원을 통과시키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WTO의 벽은 더 버겁죠. 트럼프 대통령이 DBCFT를 계속 추진할 의지를 나타낸다면 그간 추진해 온 ‘미국 우선주의’의 말로가 구체적인 액수로 드러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끝) /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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