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 검찰 앞에 선 '피의자 박근혜'…"사익 추구한 적 없다" 해명

입력 2017-03-22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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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박근혜 전 대통령 14시간 '날선 공방'

검찰 "미르·K재단 출연, 기업에 강요했죠?"
박근혜 전 대통령 "문화융성 위해서 기업들 자발적 돈 내"

대기업 뇌물수사 3시간에 끝?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수도"



[ 김병일 기자 ]
"재단 설립을 최서원(최순실)과 공모해 기업들에 출연을 강요한 적이 있죠?”(한웅재 형사8부 부장검사)

“문화와 체육 진흥을 위한 일이었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낸 겁니다.”(박근혜 전 대통령)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001호 조사실.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둔 ‘피의자’ 박 전 대통령과 검찰은 13개 혐의를 놓고 종일 평행선을 달렸다. 14시간 동안 주고받은 검찰과 박 전 대통령의 질문과 답변은 겉돌기만 했다.

검찰 추궁에 혐의 부인

검찰의 질문은 삼성 관련 뇌물혐의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관련 의혹에 집중됐다. 한 부장검사는 “대통령께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재단 설립을 위해 어떻게 지시하셨나요”, “최서원으로부터 어떤 부탁을 받았나요” 등 ‘송곳 질문’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1기)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출연금을 낸 기업에 대해 ‘강요 피해자’와 ‘뇌물공여 피의자’로 엇갈린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다. 오전 9시35분께 시작된 한 부장검사의 날선 공세는 오후 8시35분께까지 계속됐다.

약 11시간 만인 오후 8시40분께부터는 이원석 특수1부장이 투입돼 조사를 시작했다. 특수1부는 삼성·SK·롯데 등 대기업의 뇌물제공 의혹을 수사한 부서다. 이 부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독대할 때 어떤 대화를 나누셨나요” 등 삼성의 경영권 승계 지원 의혹을 따져 물었다. 1996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직접 수사한 김경수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뇌물수수 혐의는 형량이 가장 무겁기 때문에 검찰이 안 전 수석의 수첩 등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의 자백을 받아내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조사가 이 부장 투입 세 시간 만인 오후 11시40분에 종료된 것과 관련해 검찰 주변에서는 “삼성뇌물 수사를 제대로 못했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처음부터 특검수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뇌물죄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정황이 적기 때문에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별로 없었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과의 독대 등) 일부 사실관계만 확인하는 정도로 끝낸 것 같다”고 해석했다.


법정서 치열한 공방 예고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박 전 대통령이 성실히 답변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하지만 13개 혐의 대부분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답변은 검찰의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상 비밀누설 등 드러난 일부 사실관계만 인정했을 뿐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고 알지 못했다”거나 “직접적으로 요구한 사실은 없다”며 고의성을 부인하면서 검찰의 예봉을 피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법정에서 혐의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검사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피의자를 조사하지 않고 기소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번 조사는 사법처리 절차의 정해진 수순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 등 검찰이 꼭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며 “한쪽 피의자의 진술만 가지고 두 사람의 관계 등을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조사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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