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한민국 고졸인재 Job Concert] "은행원 꿈 키워왔죠"…자격증만 13개 '똑고졸'의 당당한 도전

입력 2017-03-22 17:49   수정 2017-03-23 08:44

고졸인재 채용 나선 은행들

이광구 우리은행장 직접 면접
이경섭 농협은행장 "열정 감동"

학생·교사 "한달 넘게 면접 준비"
면접위원 "지원자 수준 높아 놀라"



[ 이현일 기자 ]
소녀들의 눈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국내 내로라하는 은행의 행원이 되려는 그들의 도전은 관찰자의 손에 땀이 배게 할 정도로 치열했다. 22일 개막한 ‘2017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의 ‘하이라이트’는 은행 상담관이었다. 현장 채용을 진행한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상담관엔 각각 1000여명의 학생이 몰리며 고양시 킨텍스 2전시관을 열기로 가득 메웠다.

◆은행 고졸채용 최대 규모

우리은행은 이광구 행장이 직접 나와 일일 면접위원으로 활약했다. 두 명의 지원자를 평가했는데, 부천 경기국제통상고 3학년인 안주원 학생은 “자신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이 행장의 질문에 “열정을 다해 고객들에게 헌신하겠다”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학생이 취득한 자격증은 13개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잡콘서트 면접에서 20여명을 추려 최종 합격자 선발을 위한 추가 심층면접을 할 예정이다. 올해 고졸 행원 채용 규모는 30~40명 정도다.

이경섭 농협은행장도 행사장을 찾았다. 잡콘서트에 처음 와봤다는 이 행장은 “두세 시간 줄 서는 걸 마다하지 않는 열정에 찬 학생들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지난해 고졸 채용자가 없던 터라 이 행장은 상담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그는 “좋은 인재가 많은 데 현실적으로 이들을 모두 채용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며 “경제 여건이 나아지고 잡콘서트에 더욱 다양한 기업들이 동참해 많은 학생이 좋은 직장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고졸자를 가장 많이 선발할 계획(50~70명)인 국민은행 상담관에도 면접 대기인수가 하루종일 100명을 웃돌 정도로 학생들이 몰렸다. 기업은행도 올해 최대 50여명의 고졸자를 뽑을 예정이다.

◆면접위원들 “물 마실 시간도 아깝다”

이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전문계고 학생과 교사들은 오랜 노력과 열정을 쏟아부었다. 국민은행 면접을 본 경남 창원시 한일여고 3학년 허지윤 학생은 “면접을 위해 한 달 넘게 선생님들과 연습했다”고 했다. 수원 매향여자정보고 맹지현 학생은 “일찍 면접을 보기 위해 행사 개막 전부터 문 앞에서 기다렸다”며 “너무 긴장한 탓에 연습한 것보다 대답을 잘못한 것 같아 아쉽지만 큰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채용을 담당하는 은행 직원들도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올해 두 번째로 현장채용을 하는 국민은행 인사부 직원들은 물 마실 틈도 없이 지원자들에게 질문을 건네고 대답을 경청했다. 오택 국민은행 인사팀장은 “그동안 학교장 추천을 받아 채용을 했는데 현장에서 찾아보니 더 좋은 인재도 많았다”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학생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점심시간도 줄이고 교대로 식사했다”고 전했다. 남수준 KEB하나은행 인사부장은 “올해 처음으로 현장채용을 했다”며 “지원자들의 수준이 높아 놀랐다”고 전했다.

지난해 잡콘서트를 경험한 뒤 은행 취업에 성공한 선배 직원들도 현장에 나와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했다. 기업은행 동대문지점 이세현 계장은 “학교 성적이나 자격증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인성이나 일에 대한 열정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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