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경제학자들 최저임금 인상에 우호적' 기사 내보내
매장 관리자 없애고 자동화 등으로 대응
영국 체인점 형태 유통업체 올해 3700명 해고
미국 시애틀에선 인상 첫해 일자리 2% 줄어
[ 이상은 기자 ]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없애는가에 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생각만큼’ 일자리 감소 부작용이 크지 않다는 주장과 어떻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는 주장이 대립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대형 유통회사 등 소매업체들이 저임금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올 들어 영국 체인점 형태 유통업체에서 최소 3700명이 해고당했다고 FT는 집계했다. FT는 불과 1년 전 최저임금이 올라도 우려만큼 일자리가 줄지 않는다며 경제학자들도 전보다 더 최저임금 인상에 우호적이라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1년 사이 나타난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英 최저임금 10여년간 올라
영국은 지난 10여년간 지속적으로 최저임금을 올려왔다. 지난해 영국 정부가 최저수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생활임금’ 개념을 최저임금 산정의 참고요인으로 삼으면서 최저임금 상승 속도는 더 가팔라졌다.
지난해 25세 이상 근로자에게 적용된 최저임금은 시간당 7.2파운드(1만74원)였다. 다음달 1일부터 7.5파운드(1만494원)로, 2020년까지는 9파운드(1만2593원)로 인상될 예정이다. 2010년 이후 25세 이상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7년간 26.5%(연평균 3.5%) 올랐다. 2015년 이후 2년간 상승률이 12%(연평균 5.8%)에 달했다.
FT는 기업들이 ‘창의적인’ 방식으로 감원하며 최저임금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존루이스백화점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받은 뒤 조리하던 관행을 중앙집중식 조리실에서 미리 만들어둔 음식을 내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백화점은 이 방식이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지만 이 변화로 직원 387명이 해고됐다.
영국에서 가장 큰 대형마트 체인점인 세인즈버리는 할인상품 가격표를 갈아끼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를 막기 위해 매대를 돌며 점검하는 ‘가격관리인’을 뒀으나 앞으로는 이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주말 할인행사 매출 의존도를 낮추되 인건비를 절감하는 조치다.
세인즈버리의 경쟁사 테스코는 소형 매장의 부관리인 직책을 없애는 중이다. 해당 업무는 더 낮은 임금을 받는 직원이 대신 수행한다. 트레이시 클레먼츠 테스코 소형점포 책임자는 “소비자가 더 나은 경험을 하도록 하면서 매장을 단순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화 등으로 대응
소매업 경영자들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자동화 기기 도입 등 기술부문 투자로 대응하고 있다. 최저임금 급등 시기와 맞물려 영국 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각종 세금 및 임대료가 오른 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에 따른 파운드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품 가격까지 뛴 것도 적극적인 대응을 고려하게 하는 요인이다.
영국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시애틀에 살고 있는 이코노미스트 제이컵 빅더는 2014년 시간당 9달러(1만93원)였던 최저임금이 지난해 13달러(1만4579원)로 오른 시애틀의 부작용을 소개했다. 즐겨 찾던 차 가게의 계산원이 해고돼 줄이 길어진 경험을 예로 들며 “시애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첫해에 일자리가 2%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미국의 아마존은 소비자가 물건을 고른 뒤 줄을 서거나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도 집에 배달까지 완료해주는 완전 자동화된 오프라인 ‘콘셉트 스토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저임금 일자리 관련 싱크탱크인 레졸루션재단의 매슈 휘태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많은 기업이 이익을 줄이거나 제품 가격을 인상해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비용을 내부적으로 감수하고 있지만, 이들의 사업구조와 운영방식 변화를 고려한다면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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