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 '눈물의 사모곡'…"병든 어머니 곁으로…"

입력 2017-03-23 18:16  

'골프 뒷바라지' 헌신한 모친…12개월 시한부 선고 공개
1차전 경기 돌연 기권



[ 이관우 기자 ] “어머니 곁으로 가야겠어요.”

제이슨 데이(호주·사진)가 병상에 누운 어머니 생각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23일(한국시간) 개막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매치플레이 1차전 경기를 돌연 기권한 이유를 설명하던 기자회견에서다. 머리를 파묻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난해 대회 우승자인 그는 이날 팻 페레스(미국)를 맞아 경기를 벌였다. 5번홀(파4)까지 연속 파를 잡은 데이는 6번홀(파5)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며 페레스에게 3홀 차로 뒤처진 뒤 “더 이상 경기를 이어갈 수 없다”며 기권을 선언했다.

경기 내내 골프에 집중하지 못하던 데이는 어머니 데닝 데이가 올초 12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데이는 “호주에서 어머니가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미국에서 재검진받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수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데이는 “어머니가 대회에만 집중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러기가 너무 힘들다”며 눈물을 흘렸다.

호주 빈민가 출신인 데이는 세 살 때 아버지 앨빈 데이가 공장 인근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온 3번 우드로 골프를 배웠다. 하지만 12세 때 아버지를 간암으로 여읜 뒤에는 필리핀 출신 어머니 데닝의 헌신으로 골프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술만 마시면 가족을 때리고 일자리까지 잃은 아버지 대신 어머니 데닝은 휴일도 없이 일했다.

데닝은 아버지를 잃은 데이가 술을 마시고 싸움에 휘말리는 등 방황하자 친척들에게 돈을 빌려 집에서 약 800㎞ 떨어진 국제학교로 데이를 보내 골프를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 만난 골프 스승 콜린 스와튼이 아버지 역할까지 대신해주면서 톱 골퍼의 자질을 꽃피울 수 있었다. 데이는 “가족은 내가 골프를 하는 이유”라며 “어머니와 함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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