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심리 '꽁꽁'…죽쑤는 국내 헬스케어펀드

입력 2017-03-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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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사태 이후 부진 지속, 올들어 평균 수익률 -6.5%
신약개발 규제 완화 기대감에 글로벌 펀드는 10% 수익



[ 김우섭 기자 ] 국내와 해외 헬스케어 관련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성과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은 신약 개발 규제가 풀릴 것이란 기대에 힘입어 수익률이 껑충 뛰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한미약품 계약 취소’ 사태로 한풀 꺾인 투자심리가 되살아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23일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국내 바이오·제약업체에 주로 투자하는 8개 헬스케어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6.57%에 그쳤다. 설정액(1989억원) 1위 ‘동부바이오헬스케어’ 펀드는 작년 한 해 20.43% 하락한 데 이어 올해에도 4.84% 떨어졌다. 상장지수펀드(ETF)인 ‘미래에셋TIGER헬스케어’ 역시 지난해 15.62%, 올해 7.16% 하락했다.

국내 헬스케어 펀드의 부진은 기술수출에 대한 ‘성장통’을 앓는 업계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전후로 국내 헬스케어펀드는 2014~2015년 연평균 39.35% 올랐다. 하지만 이 회사가 지난해 9월과 12월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사노피와 맺은 기술수출 계약을 일부 해지했다고 발표하면서 한미약품은 물론 헬스케어 업종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싸늘하게 바뀌었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이전 신약 개발을 완성한 사례가 없던 만큼 투자자는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종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유진증권에 따르면 국내 대표 기업인 한미약품과 셀트리온의 지난해 연간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109.6배와 36.1배다. 글로벌 기업인 존슨앤드존슨(18.2배)과 화이자(13.4배) 등과 비교하면 2배에서 최대 7배가량 이익 대비 주가가 비싸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재평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굳이 지금 시점에서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 상황은 정반대다. 지난해 하반기엔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들처럼 조정을 겪었지만 올 들어서는 관련 상품 수익률이 평균 10.38%에 달할 만큼 상황이 호전됐다. 대표 펀드인 ‘한화글로벌헬스케어’와 ‘프랭클린미국바이오헬스케어’ 펀드는 올 들어 각각 11.98%와 12.38%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 펀드들의 기준가가 가장 비쌌던 지난해 8월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도 원금의 95% 이상을 회복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헬스케어 업체들은 미국 정부의 신약 규제 완화로 인한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 평균적으로 15년, 25억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식품의약국(FDA) 검토 기간을 줄이면 소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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