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M&A' 세력에 거덜난 코스닥 개미들

입력 2017-03-24 18:00   수정 2017-03-25 06:31

사채로 에스아이티글로벌 인수 뒤 시세조종…수백억 부당이득 챙겨

검찰, 10명 기소…사채업자 추적

경영진·시세조종꾼·사채업자 결탁
"박근혜 경제사절단에 선정됐다"
허위 공시 통해 주가 끌어올려



[ 황정환 기자 ] 가지고 있지도 않은 기술로 8조원대 해외 통신망 구축 사업에 참여한다는 거짓말을 퍼뜨려 주가를 조작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회사 경영진과 전문 시세조종꾼, 명동 사채업자가 결탁해 적자투성이 부실기업을 ‘알짜’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둔갑시켰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박길배)는 사채를 이용해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스아이티글로벌을 인수한 뒤 허위 수출 계약 공시를 통해 주가를 조작한 이 회사 회장 이모씨(50)와 대표이사 한모씨(40) 등 4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들과 공모한 시세조종꾼 이모씨(47) 등 6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씨와 한씨에게 무자본 인수합병(M&A)을 위한 종잣돈을 빌려주고 7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겨 잠적한 명동 사채업자 최모씨(57)를 추적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위성인터넷통신기업 디지파이를 운영하던 이씨와 한씨는 지난해 3월30일 에스아이티글로벌을 인수했다. 사채업자 최씨에게 빌린 150억원을 비롯한 사채 188억원을 종잣돈 삼아 이뤄진 무자본 M&A였다.

시세조종은 인수 직후부터 이뤄졌다. 이들은 지난해 4월 “디지파이가 저궤도 이동통신망 관련 특허를 개발했고 에스아이티글로벌과 공동 사업을 한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그해 5월엔 “8조원대 이란 저궤도위성 통신망 구축 사업에 참여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함께하는 경제사절단으로 선정됐다”는 등의 거짓 정보를 보도자료로 뿌려 주가를 끌어올렸다.

검찰 관계자는 “회사 경영진은 4명의 시세조종꾼에게 주식 21만주를 싼값에 제공했다”며 “시세조종꾼들은 이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받은 돈으로 에스아이티글로벌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2014년 이후 누적 적자가 61억원(작년 9월 말 기준)이었던 이 회사의 주가는 합병 전인 지난해 3월 초 1만1000원대에서 두 달 뒤인 5월2일 4만2000원대로 뛰었다. 이씨와 한씨는 높은 가격에 주식을 처분해 18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에스아이티글로벌은 올해 1월31일(종가 644원)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는 이 회사의 코스닥 퇴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사를 하고 있다.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은 검찰 수사가 너무 오래 걸렸다고 지적했다. 남부지검은 지난해 5월 수사에 착수했지만 본격적인 조사는 12월에서야 시작됐다. 그 사이 이씨 일당은 다른 회사 제품에 로고만 바꿔 공개 기술시연회를 여는 등 사기 행각을 이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 등 굵직한 사건에 인력을 집중하다 보니 수사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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