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 간 경계 붕괴와 경쟁 격화는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스팅즈가 인터넷으로 영화를 유통시킬 꿈을 꿨다고 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콘텐츠 제작에만 6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콘텐츠 제작 범위도 드라마, 예능 등으로 급속히 확장되는 추세다. 할리우드에서는 “넷플릭스가 1순위 공동의 적”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라고 한다. 폭스사뿐 아니라 소니픽처스 등 다른 영화사도, NBC 등 방송사도 넷플릭스에 인력을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유통업체가 자체 브랜드 상품을 생산하는 것과 같다.
주목할 것은 넷플릭스의 부상과 미국에서 불고 있는 방송·통신·미디어·엔터테인먼트 간 인수합병 붐이 무관치 않다는 점이다. 2014년 통신업체 AT&T의 디렉TV 인수, 케이블업체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 인수, 2015년 통신업체 버라이즌의 AOL 인수, 2016년 컴캐스트의 드림웍스 인수, 케이블업체 차터커뮤니케이션의 타임워너케이블 인수, 그리고 현재 미국 당국의 승인 여부로 주목받고 있는 AT&T의 타임워너 인수 등이 그렇다. 심지어 넷플릭스 또한 인수합병 시장의 변수로 등장한 마당이다. 그야말로 영역을 넘어선 빅뱅이요, 창조적 파괴다.
지난해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의 공세도 갈수록 매섭다. 하지만 국내 사업자들의 대응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시급히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하지만 지난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이 공정위에 의해 불허되면서 인수합병의 동력마저 꺼져버린 상태다. 방송법 등 법적 정비도 말만 무성하다. 이런 식이면 안방시장마저 헌납하는 꼴이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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