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희 기자 ] 녹십자와 한미약품이 2·3세를 잇따라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제약업계에 ‘형제경영’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녹십자홀딩스는 지난 24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에 허용준 부사장을 선임했다. 그동안 녹십자홀딩스는 허일섭 회장과 전문 경영인 이병건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최근 이 사장이 종근당홀딩스로 자리를 옮기면서 고(故) 허영섭 전 회장 삼남인 허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허 부사장의 형인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지난해 조순태 부회장이 사임하며 녹십자 단독 대표가 됐다. 이번 인사로 녹십자가 선대 때부터 이어온 형제경영 체제를 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 부사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 경영대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녹십자홀딩스에 입사해 경영기획실, 영업기획실을 거쳐 경영관리실장(부사장) 등을 지냈다. 그는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를 책임지며 계열사와 해외법인 등 경영 전반을 맡을 예정이다. 형인 허 사장은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인 녹십자를 이끈다.
한미약품도 지난 1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제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해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 단독 체제가 시작된 데 이어 이날 임종훈 전무가 사내이사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다. 이번 인사로 임 전무는 경영 전반에 걸쳐 중요 사항을 의결하는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임 전무는 미국 벤틀리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2007년 한미약품에 입사했다. 그동안 한미약품에서 경영정보를 담당했다.
업계에서는 형제경영 체계가 경영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형제경영은 우애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소통이 원활하고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며 “신뢰도 남다르다”고 말했다.
앞서 형제경영 체제를 구축한 제약회사들은 이 같은 소통과 신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고 백부현 대원제약 창업주의 장남인 백승호 대원제약 회장과 차남인 백승열 부회장의 사무실은 바로 옆에 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빠르게 의사소통하기 위해서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은 백 회장은 경영 전반과 영업을, 미국 조지아대에서 유전공학석사 학위를 받은 백 부회장은 의약품 연구개발(R&D)을 이끌고 있다. 조아제약도 창업주인 조원기 회장의 장남 조성환 부회장은 수출 및 R&D를, 차남 조성배 사장은 국내 영업을 전담하고 있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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