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EU 어느쪽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
한철우 < 영국 더럼대 교수·경영학 >
리스본 조약 50조(Article 50)가 29일 개시되면 이후 2년에 걸쳐 진행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이 본격화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협상 전개 방향과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다시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협상하지 않는 것이 나쁜 협상보다 낫다(No deal is better than a bad deal)”고 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브렉시트 협상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 총리의 이런 강경한 입장이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많은 사람의 우려와 달리 영국 경제가 안정적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한 자신감인지, 협상을 위한 단순 ‘블러핑’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정말 협상이 결렬된다면 영국과 유럽연합(EU) 모두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그 혼란과 충격은 아무래도 영국 쪽이 더 클 것이다.
협상이 결렬된 채로 EU를 탈퇴하면 영국은 유럽 단일시장을 떠나야 하고 유럽과 영국 간 무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따라야 한다. 이는 곧 모든 수출입 상품에 관세가 부과돼야 함을 의미하며 이로 인한 세관심사 등은 수출입 과정의 효율성 저하와 비용 증가를 야기할 것이다. 당장 아무런 서류 없이 도버 해협을 건너던 트럭들은 엄청나게 긴 줄로 늘어서 세관심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협상 과제는 해외 거주자 문제다. 영국에는 320만명의 EU 시민이 거주하고 있고 유럽에는 90만명의 영국 시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무런 협상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이들은 취업비자 등 별도의 거주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당장 고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영국 전체 산업의 유럽계 인력 의존도를 감안할 때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간다면 영국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협상이 결렬되면 영국과 아일랜드의 관계 또한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영국의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국경이 사실상 모호한 상태에서 별다른 협상 없이 브렉시트가 이뤄진다면 두 국가는 현재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EU와 영국 간 협상과 별도의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협상이 결렬되면 영국이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이득은 약 70조원(6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탈퇴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이 탈퇴 비용 지급을 거부할 경우 호의적 무역협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영국이 유럽에 수출하는 품목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그 관세 규모는 탈퇴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결렬은 영국과 유럽 모두에 큰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협상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장클로드 융커 유럽집행위원회 위원장이 BBC와의 인터뷰에서 ‘친근한 방식’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한 것과 같이 양측은 부드러운 브렉시트 협상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브렉시트가 궁극적으로 자국에 유리한 결정이었음을 자국민에게 증명해야 하고, EU는 회원국이 EU를 탈퇴했을 때 어떤 불이익을 감내해야 하는지 선례를 남겨야 하는 만큼 어느 쪽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본협상이 어떤 식으로 결론을 맺게 될지 더욱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철우 < 영국 더럼대 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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