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언론이 들고 일어났다.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 인식이 안이하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곧이어 LG경제연구원 등 다른 연구소들이 4분기 경기급락론을 지지하고 나섰다. 결정적으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가세하자 경기위기론은 사실로 굳어졌다. KDI는 4분기가 다 끝나가는 12월7일에 낸 ‘하반기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4분기 성장률이 0% 정도로 둔화될 것’이라며 ‘제로성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돈을 더 풀라고 훈수까지 두었다.
언론의 확성기 볼륨도 훨씬 더 커졌다. 외환위기급(級) 경제지표가 속출하고 있다며 비관론을 확산시켰다. 정치권은 유일호 장관을 불러 놓고 다그치기 시작했다. 정부도 ‘2017년 예산’ 편성부터 4분기 제로성장을 전제했다. 해가 바뀌기도 전에 추경예산 검토설이 나왔다.
지난해 경제성적표를 어제 한국은행이 발표했다. 마이너스가 우려된다던 작년 4분기 성장률은 0.5%로 최종 집계됐다. 서프라이즈였다. 성장률은 꺾이지 않았다. 3분기와 동일했다. 연간 성장률도 2.8%로 나쁘지는 않았다. 3%에 못 미친 점이 아쉽다. 중국(6.7%) 인도(6.6%)에는 못 미치지만 미국(1.6%) 유로존(1.7%) 일본(0.9%) 등 주요국보다 높았다. 또 세계 평균(2.4%, 세계은행 추정치)이나 OECD 34개 회원국 평균(1.7%)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내수 위축, 글로벌 경기부진, 정치혼란 속에서 얻어낸 성과 치고는 좋았다. 그러나 지금 아무도 말이 없다.
올 1분기 동향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기업이익 확대가 이어지고, 주가는 비행 중이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수출증가세는 올 들어 더 뚜렷해졌다. 기업실사지수(BSI)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개선이 감지된다. 그런데 올해 전망 역시 비관론 일색이다. 한국경제연구원 2.1%, LG경제연구원 2.2%, 현대경제연구원 2.3%, KDI 2.4% 등이다. 한국은행과 기재부도 각각 2.5%와 2.6%로 별 차이 없다. ‘헬조선 마케팅’의 반복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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