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바람의 손자, 아들이어도 미숙하면 혼내겠다"

입력 2017-03-28 17:47  


“앞으로 이종범은 넥센 경기 해설을 하면 안 될 것 같다.”

2017시즌 KBO리그 시범경기 중계를 지켜본 야구팬들 사이에서 나온 반응이다.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아들 이정후(넥센 히어로즈)의 시범경기 중계 당시 지나친 칭찬으로 공정한 해설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도 이 같은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그는 28일 서울 종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17 MBC스포츠플러스 야구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야구팬들의 지적을 공감한다”면서 “앞으로 공정한 해설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정규시즌 넥센 경기 편성에서 배제돼야 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되도록이면 아들 이정후의 경기 중계는 빠지고 싶다고 편성 측에 얘기해뒀다”면서 “편성이 되더라도 이정후의 플레이에 부족함이 있다면 할 말은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이기 전에 야구 선배로서 좋은 점은 칭찬해 주고 나쁜 점은 지적해야 한다는 걸 유념하고 있다”며 “이정후가 지탄의 대상이 된다면 꾸짖는 걸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종목은 다르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중계를 맡았던 차범근 전 해설위원이 당시 아들 차두리의 미숙한 플레이를 공개적으로 나무라며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야구팬들이 ‘바람의 아들’에게 기대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아버지 이종범의 별명까지 물려받은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올 시즌 시범경기 타율 0.455(35타수 15)안타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키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했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진짜가 나타났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건창은 이정후에 대해 “타격 자질을 보면 올 시즌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라고 평가했다. 신재영은 “전혀 긴장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과연 신인이 맞는지 신기했다”면서 “완벽한 신인왕 후보”라고 말했다.

그가 22일 롯데전에서 4안타를 몰아치자 이 위원이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고 말해 일부 야구팬들 사이에선 ‘혈연 때문에 해설 공정성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위원은 이 같은 문제를 우려해 넥센전 중계를 고사했지만 MBC스포츠플러스는 그를 넥센전에 최대한 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석재 스포츠센터장은 “이 위원 개인적인 생각일 뿐 그를 넥센 경기에 배정하는 것도 시청자들에겐 또 하나의 볼거리”라고 웃으며 이 위원을 시험에 들게 할 것임을 시사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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