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선풍기의 절반값
[ 이우상 기자 ] 가로 40㎝, 세로 40㎝. 가운데가 뻥 뚫린 네모난 틀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맹렬하게 돌아가야 할 선풍기 날개는 보이지 않았다. 중소기업 윈드앰프의 ‘날 없는 선풍기’다. 지난해 하이마트 매장 100곳에서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 반응이 좋아 올여름엔 300곳 매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하성우 윈드앰프 대표(사진)는 28일 “날 없는 선풍기의 원조 다이슨과는 전혀 다른 원리로 작동한다”며 “가격이 다이슨 선풍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 목표는 약 40억원이다.
윈드앰프가 만든 날 없는 선풍기는 다이슨의 제품과 작동방식이 다르다. 다이슨의 날 없는 선풍기의 비밀은 원형 테두리 아래 기둥 속에 든 압축기(콤프레셔)에 있다. 압축기가 공기를 압축해 위쪽으로 보내면 가느다란 관을 타고 바람이 고압 상태로 이동한 뒤 원 테두리에서 뿜어져 나온다.
윈드앰프 선풍기에는 ‘골바람’의 원리가 쓰였다. 하 대표는 “흔히 ‘바람길’이라고도 부르는 고층 빌딩 사이에서 나오는 세찬 바람을 맞다가 신제품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좁은 공간(빌딩 사이)으로 바람이 몰릴 때 바람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베르누이의 원리’ 때문이다. 윈드앰프가 내놓은 사각형 선풍기의 각 면에는 원통형 날개인 ‘크로스팬’이 들어있다. 크로스팬이 회전하며 선풍기 뒤편의 공기를 끌어당기면 바람이 선풍기 사이 좁은 틈을 지나며 속도가 더 빨라진다.
윈드앰프는 일본 중국 스웨덴 등 10여개 국가에 날 없는 선풍기를 수출 중이다. 하 대표는 “날 없는 선풍기의 원리를 이용해 다양한 가전 제품을 제조해 ‘한국의 다이슨’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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