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0월까지 협상 끝내기로 타결 안되면 2년뒤 '무협정 탈퇴'
이민자 권리 등 난제 수두룩…불안한 투자자들 '금 사재기'
[ 이상은 기자 ]
영국이 공식적으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절차를 시작했다. 지난해 6월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탈퇴 52%, 잔류 48%로 탈퇴를 결정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8일 저녁(현지시간) 브렉시트를 신청하는 공식 문서에 서명했다. 팀 배로 EU 주재 영국 대사는 29일 오후 1시20분 벨기에 브뤼셀의 새 EU 상징 건축물인 스페이스에그에서 이 문서를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전달했다.
메이 총리의 날인이 담겨 있어야 하기 때문에 디지털 방식으로 제출할 수 없고 배로 대사가 직접 문서를 넘겨줘야 했다. 투스크 의장이 이 문서를 받은 순간부터 2년 안에 브렉시트 협상을 마쳐야 한다는 공식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메이 총리가 서명한 브렉시트 신청 문서는 6쪽 분량이다. 문서에는 “협상은 공평하고 질서 있게, 양측에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은 EU 27개 회원국에 복사본을 전했다.
본격적인 협상은 오는 5월께 시작될 전망이다. 양측은 협상이 잘되면 2018년 10월께 완료하고, EU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인구의 65% 이상(16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개별 회원국의 동의를 거쳐 협정을 맺을 계획이다. 그러나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영국은 2019년 3월29일 협정 없이 EU에서 떠날 수도 있다. 이 경우 상당 기간 혼란을 피하기 어렵겠지만 영국은 협상 지렛대로 삼기 위해 ‘무협정 탈퇴’ 가능성도 계속 열어놓고 협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은 무협정 탈퇴를 포함해 영국이 EU와 갑작스럽게 단절하고, 상품·서비스·사람의 이동이 크게 제한되는 ‘하드 브렉시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34개국 2000만개 기업을 대표하는 유럽 비즈니스 로비단체 40곳은 단일시장의 통합성이 유지되는 방식으로 부드러운 탈퇴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일본 경제단체인 게이단렌도 “나쁜 협정을 맺느니 협정 없이 EU를 탈퇴하겠다”는 메이 총리의 발언을 우려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준비 중이다. 다만 독일 도이치뱅크와 지멘스 등은 여전히 영국 내 투자 방침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브렉시트는 영국인들의 투자 방식도 바꿨다. 톰슨로이터 계열사 GFMS에 따르면 영국 내 골드바 저장 규모는 지난해 39%나 증가했다. GFMS 소속 로스 스트라챈은 “(브렉시트로 인한) 거시경제 변화에 대한 불안이 금 투자 수요를 늘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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