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투자 수익률 너무 낮아…보통주, 두 종류로 나눠라" 압박
"GM이 제안 받아들이면 배당 부담 커져 경영 타격"
S&P·무디스, 신용등급 강등 경고
[ 뉴욕=이심기 기자 ]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이자 행동주의 투자자인 데이비드 아인혼(사진)의 먹잇감이 됐다. 실적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주가 상승률이 빌미를 제공했다. GM은 아인혼의 요구를 일축하며 정면대응에 나섰다.
◆“주주 입맛에 맞게 선택 폭 넓혀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인혼이 GM의 보통주를 배당금을 받는 주식과 자사주 매입용 주식으로 나눌 것을 요구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GM의 평균 배당 수익률은 4.38%로 주당 1.52달러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고정수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조건으로 평가된다.
아인혼은 이와 별도로 회사의 미래가치에 투자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식을 발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 주식에는 배당금을 적게 주는 대신 나머지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쓰거나 신규 사업에 투자해 실적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주가 상승효과를 노린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요구의 배경에는 GM의 낮은 투자 수익률이 자리잡고 있다. 2010년 12월 이후 S&P500지수는 87.54% 상승한 데 비해 GM의 주가는 오히려 3.5%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도 GM의 주가 상승률은 2.07%로 5.35% 오른 S&P500지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외신은 아인혼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초콜릿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비유하며 “투자자 입맛에 맞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아인혼은 이를 통해 GM이 가치투자자와 고정수익 투자자를 모두 끌어들여 현재 550억달러 수준인 시가총액을 추가로 72%(380억달러)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GM은 올해도 약 70억달러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WSJ는 2012년 이후 6년간 GM이 주주에게 돌려준 수익만 250억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GM “기업가치 높이는 데 도움 안 돼”
GM은 이에 대해 회사의 수익성 향상이나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도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GM 대변인은 아인혼의 제안에 대해 “선례가 없고 검증받은 적도 없을 뿐 아니라 주주에게 최선이 아니다”고 밝혔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GM이 주식을 나누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당투자를 목적으로 한 주식은 기업 측면에서는 사실상 부채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회사 금융자산이 잠재적으로 줄어들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GM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연간 22억달러의 배당금 지급 부담을 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행동주의 투자는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경영상의 비효율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뒤 경영전략을 바꾸거나 자산을 매각하도록 압박해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수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변수는 다른 주주들이 얼마나 동조하는지다. 아인혼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면 다른 주주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아인혼은 자신이 설립한 그린라이트캐피털을 통해 약 800만주의 GM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0.9%에 불과하다. 외신은 아인혼이 GM을 더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이사회에 참여할 계획이 있지만 GM과의 위임권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GM 대주주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을 포함해 다른 주주들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날 GM 주가는 전날보다 2.45% 오른 35.56달러로 마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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