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시험주행 땅도 못 사게 막는 '농업족쇄'

입력 2017-03-29 18:01  

'농업 혁신·선진화 달성'
대선주자 공약 넘쳐나도 각종 '떼법·규제'는 여전

새만금 스마트팜
농민 반발에 밀려 표류…외국회사 시장독식 계속

작황 예측 SW 개발도 대기업 참여는 묶여



[ 노경목 기자 ]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각 당 대선주자들이 농업과 관련된 갖가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포장은 화려하다. 최근 들어 이슈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까지 더해지며 ‘장밋빛’은 더욱 진해졌다. 하지만 정작 투자에 나서야 할 기업들은 시큰둥하다. 촘촘하게 얽혀 있는 각종 규제를 없애지 않는 한 어떤 공약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외국 기업 배만 불렸다”

LG CNS는 새만금에 부지까지 확보하고도 농민단체의 반대에 밀려 스마트팜 사업을 보류했다. 자동으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팜 관련 기자재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매출을 올리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LG CNS의 사업이 꼬이자 외국 경쟁 회사들은 쾌재를 불렀다. 네덜란드의 프리바가 대표적이다. 프리바는 온도 및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솔루션을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 수출하는 회사다.

LG CNS의 시장 진출이 가로막힌 동안 프리바는 국내 시장을 독점했다. 1990년 한국에 진출한 프리바는 국내 대형 농장 대부분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국내 농가에 솔루션을 제공하며 자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다 보니 ‘한국형 스마트팜 솔루션’의 최고 기술을 보유했다. 프리바는 이 같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과 농업환경이 비슷한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전국 헤매는 LS엠트론

농기계 제조업체 LS엠트론 연구원들은 새로운 트랙터를 개발할 때마다 전국 각지를 떠돌아다닌다. 트랙터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서다. 고객인 농업인이나 대리점 점주가 잠시 농지를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 맞춰 찾아가 테스트를 한다. 회사 관계자는 “산에 가까이 붙어 있어 경사가 심한 지역 등 트랙터가 운행할 지역이 다양하다 보니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테스트한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 땅이 있으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 농지법상 농사를 짓지 않으면 논이나 밭을 살 수 없어서다.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해 농지를 관리지역 등으로 용도 변경한 뒤에야 매입해 사용할 수 있다. 토지 용도 변경은 특혜 시비가 일 수 있다 보니 LS엠트론 공장과 연구소가 있는 전북 전주 일대를 제외하곤 쉽지 않다.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LS엠트론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과 남미 농장에서 사용하는 대형 트랙터는 바퀴 높이만 성인 남자 키와 비슷하다. 트랙터는 3층 건물에 맞먹는다. LS엠트론이 상시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인 연구소 근처 밭 7600㎡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SW산업법까지 발목 잡아

A사 대표는 지난해 농업과 관련된 사업을 착안했다. 기초지자체 2~3개 크기의 광범위한 지역 토질과 기후에 따른 작물 생산량을 데이터화한 뒤 한 해 농업 생산량을 예측하는 사업이다. 과잉 생산으로 특정 작물 가격이 급락해 농가들이 피해 보는 것을 예방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기획 단계부터 꼬였다. 대기업은 40억원 이하 정부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정한 소프트웨어산업법 때문이다. 장기간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는 만큼 정부와의 협력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했다.

A사 대표는 “넓은 지역의 데이터를 쌓고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핵심인데 중소기업에 외주를 줘서는 사업을 해낼 자신이 없었다”며 “회사로서도 특별히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니라 그냥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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