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트럼프 위기'에 발목 잡힌 코스피 점검

입력 2017-03-30 10:41  

[ 정현영 기자 ]

코스피(KOSPI)가 미국발 악재(정책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다. 내달부터 주요 기업들이 올해 첫 분기 실적 시즌에 돌입하는데 '트럼프케어'의 좌초 여파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서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트럼프 랠리'를 주도해온 세 장의 카드 중 인프라 투자를 뺀 법인세율 인하 및 규제 완화라는 두 장의 카드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드는 동시에 탄탄한 실적 모멘텀(상승동력)이 지수 상승에 도움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순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컨센서스(기대치)는 전년도 연간 순이익 93조원에서 31.1% 증익된 121조8000억원이다.

신한금융투자는 "2017년 코스피의 순이익 추정치는 다양한 방법(컨센서스 산출)을 사용해도 가장 보수적인 수치로 100조원에 근접해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컨센서스가 아닌 실제 순이익이 100조원을 웃도는 역사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주에 집계된 국내 상장사들의 1분기 순이익 전망치 역시 전주 대비 0.8% 상승한 28조1000억원을 기록, 올 1분기(1~3월) 실적 시즌의 분위기는 이미 달아올랐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의 위기'가 코스피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탄탄한 실적 장세로 이어질 수 있는 시기에 정책 불확실성을 키웠기 때문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소위 '트럼프 랠리'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기가 식자 국내 증시의 일시적인 상승 모멘텀도 꺼졌다"며 "미국 시장에선 이미 금속이나 산업재 등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 현실적인 수혜가 기대되던 금융업종의 주가들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트럼프케어의 표결 실패로 대규모 인프라투자의 '약발'은 상당히 떨어졌겠지만, 아직 트럼프 행정부는 투자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법인세율 인하와 규제 완화라는 두 가지 중요한 정책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크레딧 투자전략팀 연구원도 "당분간 트럼프케어의 입법 철회에 따른 실망감이 시장을 지배하겠지만, 트럼프 정책이 전략적으로 수정되고 절충될 가능성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정책에 제동이 걸린 만큼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식시장 전반에서 호흡 조절이 불가피하지만,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의 시기에서 발표된 미국의 소비심리 호조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라며 "비록 성장성을 크게 끌어올리는데 제한적일 것이라도 미국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는 소비 여건이 견조하다는 측면에서 일련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나가는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서프라이즈'를 연출하며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해 도달했다"며 "소비 심리 지표의 경우 실제 소비 사이클과 유사한 궤적을 그린다는 점에서 소비 사이클 개선을 통한 수요 확대 기대감을 가져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뿐 아니라 소비 심리의 회복은 글로벌 전역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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