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채권 다시 사는 외국인…올들어 8조 순매수

입력 2017-03-30 19:12   수정 2017-03-3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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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이어 채권시장도 훈풍

외국인 채권 보유액 97조5749억
작년 6월이후 10개월 만에 최대

원화강세로 환차익 겨냥 매수세
신용도 높은 신흥국 채권 '잇점'
현·선물 환율 차익거래 몰리기도



[ 김진성 기자 ]
외국인들이 한국 채권시장으로 유턴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내 물가상승 기대로 한국 채권을 7조원 넘게 팔았던(순매도) 외국인들이 다시 한국 채권 투자를 늘리고 있다. 외국인 주식 투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채권 투자도 동시에 증가해 한국 시장의 안정성과 매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외국인 채권 보유액 10개월 만에 최대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9일 현재 외국인의 한국 채권 보유액은 총 97조5749억원으로 작년 6월(96조2080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말 보유액 89조3360억원과 비교하면 약 8조원 늘어났다.

외국인의 한국 채권 투자가 증가한 것은 환율 요인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말 1212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올 들어 다시 하락하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17원50전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은 주로 외환 관련 차익을 얻거나 환위험을 피하기 위해 신흥국 채권에 투자한다.

최근 원화 강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시장 예상에 부합하면서 생긴 안도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0.5~0.75%에서 0.75~1%로 인상하면서 기존 ‘연 3회 인상’ 방침을 유지했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달러를 선호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음달 예정된 미국의 환율조작국 발표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환율조작국 지정 직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에 포함된 데다 최근 수출도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원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런 시장에서 한국은행이 원화가치 하락을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이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한국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탄탄한 신용도가 ‘한몫’

한국 국채가 신용도 높은 신흥국 채권이란 점도 외국인 매수세를 이끌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평가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10개 투자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AA0’다. 브라질(BB) 러시아(BB+) 베트남(BB-) 등 주요 신흥국보다 6단계 이상 높으면서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 채권보다는 금리가 높다. 30일 기준으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독일이 0.3444%, 영국 1.1518%, 일본 0.0526%인 반면, 한국은 2.167%이다.

권도현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지난해 호주 중앙은행이 한국 국채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새로 편입하는 등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꾸준히 한국 중장기 국채를 담고 있다”며 “안정성 있는 신흥국 채권으로 평가받고 있어 매수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차익거래 노린 단기채 매입 증가

지난해 말부터 현물환율이 선물환율을 뛰어넘어 한국 단기 채권의 투자 매력이 커진 점도 호재다. 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차이를 나타내는 ‘스와프포인트’(1년물 기준)는 지난해 11월 평균 -3원을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매달 하락세를 거듭하다 이달엔 평균 -9.08원까지 떨어졌다.

외국인은 주로 외환(FX) 스와프거래를 통해 현물시장에서 원화를 매수해 한국 채권에 투자하고, 나중에 거둬들인 투자수익은 선물환율 기준으로 달러로 바꾼다. 오해영 신한금융투자 FICC본부장은 “선·현물 환율 차를 활용한 ‘무위험 차익거래’가 가능해지면서 만기 1년 이하 국고채와 통화안정화채권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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