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채무조정' 시큰둥한 국민연금

입력 2017-03-30 19:28   수정 2017-03-31 05:16

"분식회계로 징계받은 기업 지원 적절한가"

국민연금, 내달 입장 확정
"대우조선 채무조정 계획, 객관성·정확성 신뢰 못해"

31일 내부 회의 앞두고 산업은행서 보고서 걷어가 '불만'



[ 좌동욱/김일규 기자 ]
대우조선해양 회생의 키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정부와 산업은행이 제시한 대우조선 구조조정 계획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경영 실패에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이 대주주로서 채권자보다 더 많은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대우조선에 자금을 빌려준 시중은행도 산업은행이 발표한 채무재조정 방안을 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채권단협의회에서 산업은행 측에 추가 감자, 한국수출입은행의 영구채 금리 인하, 출자전환 신주 전환가격 인하 등을 요구했다.

◆국민연금-산업은행 첫 미팅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은 30일 전북 전주 국민연금 본사에서 처음으로 만나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방안을 협의했다.

국민연금은 회의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분식회계 관련 회사 측 입장, 출자전환 및 채무재조정의 정당성·당위성·형평성·실효성과 관련한 제반 자료를 요청하고 연관된 질문을 했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며 “다만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안에 동의할지는 가늠하기 어려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위원회의 징계가 확정된 대우조선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염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연금 실무진은 잘못된 재무제표를 내세워 회사채를 발행한 대우조선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소송을 제기한 회사에 자금 지원을 하는 것이 법리적, 도덕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산은·수은 추가 손실 분담해야

국민연금은 이날 산업은행 측에 △외부기관 실사보고서 △차입금 상환 내역 △사측이 제시하는 손익의 세부 근거 △자율적 구조조정 세부 계획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의 사전회생계획안 등 세부 자료를 요청했다.

특히 국민연금 실무진은 회의 직후 산업은행 측이 요약 실사 보고서를 다시 걷어간 것에 대해 큰 불만을 드러냈다. 당장 31일 열릴 내부 회의(투자관리위원회)에 제출할 심의 자료가 부족해서다.

국민연금은 또 산업은행과 채권자 간 손실 분담 정도가 공평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선수금환급보증(RG)이 채무재조정 대상에서 빠져 있는 데다 대우조선 경영이 정상화되면 RG는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국민연금은 정부와 산업은행이 계획한 자율적 구조조정 실현 가능성에도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좌동욱/김일규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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