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세상 사람의 기호에 적합하도록 주의한다면 충분히 외국인의 관심도 끌 수 있고 후일 무역품이 될 수 있다."「통상휘편」, 日 외무성
국내 담배제조회사인 KT&G는 2015년 처음으로 수출이 내수를 넘어섰다. 1988년 담배시장 개방과 함께 해외로 나간 지 28년 만이다. 지난해에는 세계 50여개국에 487억 개비 담배를 판매하며 '수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KT&G는 31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회사 모태를 기존 대한제국 '삼정과'에서 이보다 빠른 조선 후기 '순화국'으로 변경했다. 이곳이 개화파들의 주도로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국영 담배회사로, 무역에도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 최근 학계 연구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백복인 KT&G 사장은 이날 창립 기념사를 통해 "KT&G 창업기원은 '순화국'이라는 국가 기관에서 출발했다"며 "이후 공사전환과 민영화를 거쳐 현재의 글로벌 우량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백 사장은 "앞으로 해외 수출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제2의 도약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KT&G는 지금까지 1899년 세워진 대한제국 황실의 '삼정과'를 창업기원으로 삼아왔다. 1980년 전매청이 사사 편찬 때 고종실록과 조선총독부 자료에 근거해 삼정과를 전매의 기원으로 명시한 데 따른 것이다. 삼정과는 고종 황제가 궁내부 내장원에 설치해 담배 전매를 맡긴 기관이다.
하지만 국내 학자들의 연구로 삼정과가 만들어진 해보다 16년 앞선 1883년에 개화파 주도로 최초의 담배제조소인 '순화국'이 설립된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연구에 따르면 당시 일본 외무성이 작성한 조선에 대한 통상관계 문서인 '통상휘편'에는 "순화국은 완전한 관립기구로 서양식 엽권연초(담배)를 제조한다"며 "외아문주사 김가진이 주임이 되고 우리나라(일본)에 다녀간 김용원이 발기했다"고 적혀있다.
문서는 또 "기호에 맞게 주의한다면 충분히 외국인의 관심도 끌 수 있다"며 "후일 무역품이 될 수 있다"고 기록했다.
통상휘편 외에 일본 관보와 도쿄요코하마마이니치신문 등에도 순화국 관련 유사 기록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순화국은 일제 강점기 임시정부 활동과도 연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 책임자였던 김가진이 독립대동단을 조직해 활동하다 임시정부에 참여했고, 임시정부에 자금을 지원한 움직임도 있었다.
KT&G 관계자는 "삼정과보다는 순화국을 창업기원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있었다"며 "이는 KT&G의 역사성과 자주성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통상휘편 기록을 보면 순화국이 향후 수출 담배를 생산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며 "순화국을 창업기원으로 삼아 수출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KT&G 외에 한국전력과 서울대학교, 농어촌공사 등도 소명의식과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사 편찬 과정에서 창업기원을 재정립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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