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손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추가부담 추진"

입력 2017-03-31 19:42  

정부, 전격 입장선회
시중은행·사채권자 설득
절충안 끌어내는 것이 P-플랜 시행보다 유리

영구채 금리 인하 등 채무조정안 수정 검토



[ 좌동욱 / 이태명 / 김일규 기자 ]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돕기 위해 시중은행과 사채권자(社債權者)들에게 제시한 채무조정안을 일부 수정하기로 했다. 협상을 통해 절충안을 도출하는 것이 초단기 법정관리 프로그램(P-플랜)보다 낫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31일 “금융위원회와 국책은행들이 제시한 채무조정안을 국민연금 등 다른 채권자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이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존 채무조정안을 보완해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최대 채권자인 수출입은행은 당초 수정안을 낼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를 취했지만 지난 30일 국민연금 측과 면담한 뒤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주도하는 기업 구조조정에서 이미 발표한 채무조정안을 수정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해관계자들이 너도나도 손실 분담을 줄여달라고 계속 버틸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입장을 바꾼 것은 채권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조건을 변경하는 게 P-플랜 돌입 때보다 국책은행의 손실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주주와 채권단이 협상을 통해 수정안을 도출하면 자율 구조조정을 추진했다는 명분도 살릴 수 있다. 국민연금도 비공식적으로 “현재와 같은 조건의 채무조정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협상을 통해 수정안을 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산업은행이 내놓을 수 있는 당근책은 △산업은행 주식 추가 감자 △사채권자 출자전환 비율(50%) 인하 △신주 발행가격(주당 4만350원) 인하 △수출입은행 인수 영구채 금리 인하 △대우조선 분식회계 소송 결과에 대한 손해배상 등이다. 국책은행들은 이 가운데 영구채 금리 인하와 분식회계 소송 결과에 대한 배상 안건에 대해서는 검토해볼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주식 감자에 대해서는 산업은행 측이 “채권자와 손실 분담의 형평성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대우조선은 사채권자 출자전환 비율과 신주 발행가격 등 사채권자집회 공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부와 국책은행은 수정안을 내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과 시중은행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채권자 집회일(4월17~18일)까지 시간이 빠듯해 양측을 만족시킬 절충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관측도 있다.

좌동욱/이태명/김일규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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