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 감세보다 재정지출이 GDP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

입력 2017-04-02 18:09  

허준영 <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저성장 기조를 지속해왔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해법으로 학계와 정책당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수단 중 하나는 확장적 재정정책일 것이다. 이는 정부가 감세나 재정지출 증가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우리의 추가적인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 측면에서의 확장정책 여력이 제한된 가운데 재정의 경기부양기능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예산은 한정돼 있다. 따라서 여러 재정항목 가운데 경제성장에 더욱 효율적인 수단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장기적으로 저성장이 예상되는 시기에는 재정의 경기대응 역할을 효율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통상적인 경기순환 국면에서는 경기 하강 시 적자재정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경기 상승기에 재정여력을 비축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장기적인 저성장기에는 경기 부양을 위한 적자재정정책을 시현하면 국가채무만 그대로 쌓이는 위험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재정의 경제성장 제고효과를 분석할 때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법은 재정승수 분석이다. 재정승수란 재정지출(수입)이 1원 증가(감소)할 때 국내총생산(GDP)이 몇 원 증가할 것인가를 나타내는 계수를 의미한다. 필자들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의 재정자료를 사용해 감세와 재정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승수를 추정해 비교했다.

흥미로운 것은 감세와 재정지출 증가 모두 정책 시행 첫해에는 GDP 성장효과가 다소 미미한 반면 정책 시행 다음해에 유의미한 성장 효과를 보였다는 점이다. 특히 이런 GDP 성장효과는 감세보다 재정지출 확대 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1원 감세에 대해서는 정책 시행 다음해의 승수가 0.52원인 데 반해 재정지출 증가의 경우 0.78원으로 더욱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결과가 나타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재정지출을 정부소비지출(재화 및 용역, 자본지출 등)과 경상이전지출(보조금 및 교부금 등)로 구분해 재정승수를 추정했다. 경상이전지출은 공적연금지출과 복지지출 등을 포함한다. 2000년 초 경상이전지출 비중은 GDP 대비 10% 이하였으나 2015년 초 15%에 근접하는 등 최근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는 항목이다. 추정 결과 상대적으로 높은 재정지출의 GDP 성장효과는 경상이전지출의 재정승수가 다른 세부 재정항목보다 큰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시행 다음해의 정부소비지출 승수가 0.41원인 데 비해 경상이전지출은 이를 훨씬 웃도는 1.05원의 GDP 증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경상이전지출이 사회복지제도 등을 통해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가계의 소득을 증가시킴으로써 재정지출 승수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인구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복지부문을 중심으로 재정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경상이전지출 증가가 정부소비지출보다 성장에 더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는 복지지출 등 경상이전지출의 증가가 재정건전성 훼손으로 인해 경제성장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기존의 상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허준영 <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 >

◆이 글은 한국은행 발행 ‘경제분석’에 게재된 논문 ‘한국의 재정승수 연구: 베이지안 VAR 방법을 이용하여’(이강구(국회예산정책처) 공저)를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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