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동욱/정영효 기자 ] ▶마켓인사이트 4월3일 오후 3시38분
대우조선해양 회생의 키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공단과 회사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차입금 상환 내역서’ 제출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30일 산업은행 및 대우조선 실무진과 면담 직후 보도 자료를 통해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의 정당성·당위성·형평성·실효성과 관련한 제반 자료를 요청했다”며 이례적으로 요청자료 목록을 공개했다. 목록에는 △외부기관 실사보고서 △차입금 상환 내역 △사측이 제시하는 손익의 세부 근거 △자율적 구조조정 세부 계획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의 사전회생계획안 등이 포함됐다. 당시 대우조선 안팎에서는 “채무조정과 무관한 ‘차입금 상환 내역’을 왜 요구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새 나왔다.
국민연금 측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2012~2015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1조3500억원을 대주주인 산업은행이나 채권은행에 상환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며 차입금 상환 내역을 요청한 이유를 설명했다. 산업은행이나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 부실을 사전에 알고 미리 자금을 회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대우조선이 2015년 3월 3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한 직후인 5월부터 그동안 누적된 부실을 털어냈기 때문이다. 우량등급(AA-)이었던 신용등급도 회사채 발행 이후 2015년 7월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현재는 투기등급인 ‘B-’ 단계까지 떨어졌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당시 회사는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간접금융 시장(대출) 대신 직접금융시장(회사채)을 활용하려고 노력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이 시기에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대우조선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여전히 줄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을 반대하기 위한 명분만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산업은행과 대우조선은 이날까지도 국민연금이 요청한 자료 중 일부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은 본격적인 대우조선 채무조정 협상을 벌이기 전부터 시기 및 방식을 두고 물밑에서 건건이 충돌했다는 전언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며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을 원활하게 처리하려면 상호 간 불신부터 걷어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좌동욱/정영효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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