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뮤지컬에 푹 빠진 벤처캐피털

입력 2017-04-03 19:01   수정 2017-04-04 05:17

한투파트너스, 드림걸즈 등 4개 작품에 40억 투자

뮤지컬 시장 '옥석 가리기' 마무리…영화로 쏠린 콘텐츠 투자 분산
위키드·스위니토드 등 대작에 대형 벤처캐피털 투자 잇따라



[ 김태호 기자 ]
마켓인사이트 4월3일 오후 2시26분

뮤지컬 시장에 벤처캐피털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스위니토드’ ‘위키드’ 등에 투자한 데 이어 미국 팝가수 비욘세가 주연을 맡은 동명의 영화로 유명한 ‘드림걸즈’ 등 4개 대작 뮤지컬에 한꺼번에 돈을 넣는 패키지 투자도 등장했다.

◆국내 첫 뮤지컬 패키지 투자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파트너스는 4일 국내 최초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드림걸즈’와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공연할 예정인 ‘지킬앤하이드’, ‘닥터지바고’, ‘콘택트’ 등 4개 작품에 약 40억원을 투자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결성한 한국투자글로벌콘텐츠투자조합을 통해서다. 2015년 약 1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이 펀드의 뮤지컬 패키지 투자는 처음이다.

‘드림걸즈’는 투자한 4개 작품 중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다. 1960년대 미국의 전설적 흑인 리듬앤드블루스(R&B) 여성그룹인 ‘슈프림스’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뮤지컬 배우 차지연 등이 참여해 2009년과 2015년에 공연됐다. 이번 공연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활동 중인 배우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투자금 40억원 중 10억원가량이 이 작품에 투입됐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에스에프씨도 동반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닥터지바고’와 배우 조승우 주연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는 각각 10억~15억원, ‘콘택트’에는 5억~10억원가량이 투자됐다.

◆새 투자처로 뜨는 공연문화 콘텐츠

뮤지컬 투자는 벤처캐피털업계에서는 난이도가 높은 투자로 분류된다. 영화와 달리 판매한 티켓 수익을 정확하게 판별하기 어렵고, 일부 배우들의 몸값이 급등해 제작비가 과도하게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벤처캐피털의 콘텐츠 투자 중 90% 이상이 영화에만 몰리는 이유다.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일부 대작 뮤지컬 위주로 벤처캐피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투자 성공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스위니토드’에 20억원을 투자해 약 10%의 수익을 얻었다. KTB네트워크 역시 ‘위키드’에 5억원을 넣어 수익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뮤지컬업계는 제작사들의 잇단 파산으로 내홍을 겪었다. 2014년 세월호 사고 여파로 공연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당시 ‘키다리아저씨’ 등의 뮤지컬을 제작하려던 뮤지컬해븐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일부 다른 제작사도 임금체납 등의 문제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뮤지컬 제작사의 ‘옥석 가리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뮤지컬업계 관계자는 “옥석이 가려진 뒤 일부 제작사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대형 뮤지컬 위주로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문의가 이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과거 전문 공연 벤처캐피털들만 투자하던 뮤지컬 시장에 한국투자파트너스, KTB네트워크와 같은 대형 벤처캐피털들이 뛰어들어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 펀드 투자가 영화에 집중돼온 만큼 투자처 분산 차원에서도 뮤지컬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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