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수출 살아나며 '불황형 흑자' 벗어나
한국, 대외수요 회복으로 수출·투자 증가 전망
OECD 경기선행지수 100…20개월 만에 최고
[ 김유미 기자 ]
글로벌 교역이 모처럼 꿈틀대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대까지 급락했던 세계 교역증가율이 올해 두 배로 반등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2014년 이후 처음 세계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셈이 된다. 미국에 이어 유럽, 일본 등으로 퍼진 경기 훈풍은 수출국인 한국에 호재다. 보호무역주의 확산,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위험요인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세계 교역 저점 찍었나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지난해까지 세계 교역이 위축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0년 12.4%에 달했던 세계 교역증가율은 2015년 2.7%, 2016년 1.9%(IMF 추정치)까지 급락했다. 같은 기간 세계 경제성장률(3.2%와 3.1%)보다도 낮았다. 배성종 한국은행 국제종합팀장은 4일 “경제가 성장하면 투자수요가 늘어 자본재 수출도 증가한다”며 “따라서 교역증가율이 성장률을 웃도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작년까진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최근 바뀌었다. 지난 1월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당초 3.1%에서 3.4%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 교역증가율은 작년의 두 배인 3.8%로 높여 잡았다. 교역증가율이 성장률을 웃돌면 이는 2014년 이후 3년 만이다. 내년 교역증가율은 4.1%로 더 올라 2011년(7.0%)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IMF는 전망했다.
한국이 교역회복 수혜국
긍정적인 신호는 작년 말부터 나왔다. 한은은 지난 2일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글로벌 교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완만한 회복 조짐”이라며 “선진국보다 회복세가 느리던 신흥국 수출입이 최근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수입물량은 작년 3분기 1.4%, 4분기 2.0% 증가(전기 대비)하며 마이너스에서 벗어났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수출은 작년 4분기(1.8%) 플러스로 전환한 데 이어 올 1분기 14.9%(전년 동기 대비) 급증했다. 22분기 만의 최대폭이다. 글로벌 호황을 맞은 반도체는 지난달 수출액(75억달러)이 전기 대비 41.9% 급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세계 교역 회복세의 수혜국으로 꼽은 것도 한국이다. 바클레이스는 수출 회복을 근거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5%로 끌어올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대외수요가 회복되면서 국내 수출과 설비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까지 99 수준이었다가 지난 1월 100.0을 기록했다. 2015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지켜봐야
국내 전문가들도 세계 경제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있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반도체 덕분에 투자와 수출이 예상보다 좋아진 만큼 올해 성장률은 상향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를 이끌던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2015년 0.1%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작년까지도 내수기여도를 넘지 못했다. 이 가운데 소비 또한 청탁금지법(김영란법)과 가계빚 부담 등으로 부진해 작년 말까지도 비관론이 높았다. 한은은 올해부터는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다시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악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 연구위원은 “반도체 외에 수출 경기가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라며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세계 경제는 공급이 조정됐을 뿐 수요가 늘어난 수준은 아니다”며 “사드 배치 악재가 여전한 데다 하반기에 수출 증가세가 다시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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