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창재 기자 ] 한국투자공사(KIC)가 해외 채권 위탁 운용사를 선정하면서 ‘한국에 법인을 둔 회사’로 자격 조건을 제한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국내 진출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KIC가 외부 위탁 운용사를 선정하면서 이 같은 자격 제한을 둔 건 이번이 처음이다.
5일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KIC는 미국 JP모간자산운용과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을 최근 글로벌 채권 위탁운용사로 선정했다. 각 2억달러, 총 4억달러를 이들 운용사에 맡길 계획이다. KIC는 이번에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면서 △바클레이스 글로벌 종합지수로 채권 운용이 가능하고 △국내에 설립한 법인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법인의 철수 또는 매각 계획이 없는 곳 등 세 가지 선발 기준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격 조건을 갖춘 10여개 운용사가 지원해 두 개 회사가 선정됐다”고 전했다.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환보유액을 위탁받아 해외에 투자하는 국부펀드다. KIC가 ‘국내 법인 설립’이라는 자격 제한을 둔 건 글로벌 운용사들의 한국 진출을 유도해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2012년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한국 철수와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한 측면도 있다.
KIC가 이 같은 자격 제한을 주식, 대체투자 등 다른 자산군으로 확대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주식이나 대체투자에 비해 채권은 상대적으로 운용사별 성과 차이가 크지 않아 시범적으로 시행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KIC는 국내 운용사들의 글로벌 운용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에 중국 및 중화권 주식 운용을 맡기고 있다. 6억8000만달러 규모다. 올해 초에는 KB자산운용에 중국 주식 운용을 신규 위탁했다. 올 상반기 3000만달러를 우선 집행하고 향후 성과에 따라 최대 2억달러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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