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삭기 시장에 찾아온 봄날…두산인프라코어, 중국서 호실적 캔다

입력 2017-04-05 19:08   수정 2017-04-07 09:14

빅데이터 이 종목

B2B 특성상 사드 영향 적어
3월 중국 판매량 급증한 듯
PBR 0.9배…경쟁사보다 저평가

공모사채 2300억원 만기 도래
두산밥캣 지분 담보로 상환할 듯



[ 이현진 기자 ]
‘굴삭기 시장에도 봄이 오나.’ 굴삭기 등 건설장비 제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매출 5조7296억원, 영업이익 4908억원의 호실적을 냈다. 전년보다 매출(5조9649억원)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951억원)은 큰 폭으로 흑자전환했다. 주력 무대인 중국 시장의 수요가 회복된 데다 자회사인 미국의 중소형 건설장비업체 두산밥캣의 수익성이 좋아진 덕분이다. 건설장비업계가 전통적으로 호황을 누리는 봄철을 맞아 두산인프라코어를 바라보는 주식시장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중국 판매 호조가 이 회사 주가를 끌어올릴 재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온기 도는 굴삭기 시장

5일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세계 시장에서 굴삭기 판매량은 35만6000대로 지난해보다 14.2% 늘어날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주력시장인 중국에서는 7만~9만5000대가량 팔릴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1~2월 중국 내 굴삭기 판매량은 1만907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6604대)보다 188.9% 급증했다. 사상 최대였던 2011년(3만1278대)과 2012년(2만859대)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이달 셋째주께 3월 판매량이 발표되면 두산인프라코어 주가가 상승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건설기계 수요는 날이 풀리는 봄에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2월 대비 3월 판매 증가율은 평균 150%(최저 47%)였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국 굴삭기 시장 규모를 9만대로 추정한다면 두산인프라코어는 700억원 이상의 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과 중국 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주가에 호재다. 굴삭기는 기업 간 거래(B2B) 상품이어서 현지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지 않기 때문에 ‘사드 보복’의 충격을 덜 받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인프라 투자 규모가 당초 예상치인 1조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 점도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490원(5.37%) 오른 9620원에 장을 마쳤다. 이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은 0.9배로 동종업계 평균(1.7배)과 비교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 호황기였던 2011년 PBR(1.3배)을 적용하면 주가가 1만3000원까지 상승할 여력이 남아 있다.

◆영구채·공모사채 상환은 부담

그동안 두산인프라코어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에 불안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규제 강화안을 내놓기도 했다. 증시에서는 굴삭기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퍼졌다. 1만150원(3월20일)까지 올랐던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이후 내림세를 탔다.

하지만 이 회사가 중국에서 파는 굴삭기는 대규모 공사에 투입되는 중대형 장비로, 주택 건설에 쓰이는 중소형과 다르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이 회사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중국 굴삭기시장에서는 주로 중대형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 지역별로는 광산을 채굴할 때 폭약 사용을 제한하는 산시성과 국가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가 시작된 네이멍구에서 대형 굴삭기 판매량이 증가했다. 윈난 구이저우 광서 광둥성 등지에서도 도로나 교량 등을 새로 짓는 민관합작투자(PPP)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중대형 굴삭기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배인천 코레이트자산운용 매니저는 “지지부진했던 중국의 PPP사업이 2015, 2016년 중국 지방정부의 지방채권 발행 급증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가 올해 상환해야 하는 영구채와 공모사채(2300억원)는 주가에 잠재적인 악재로 꼽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 상환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증시 안팎에서는 자회사 두산밥캣 지분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두산밥캣 지분을 담보로 맡기고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오는 11월18일부터 주관사의 동의를 받아 두산밥캣의 지분을 팔 수 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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