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아프리카 등서 영향력 확대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중국 양대 정책은행의 지난해 해외 에너지인프라 투자 규모가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을 비롯한 국제 개발원조 기구들이 투자한 총금액의 세 배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이 국제기구를 통해 주도하던 글로벌 에너지인프라 투자 시장에서 중국이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보스턴대 산하 ‘글로벌 이코노믹 거버넌스 이니셔티브’의 최근 분석 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의 해외 에너지인프라 투자 규모가 484억달러에 달했다고 5일 보도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0% 급증했다.
이는 지난 9년(2007~2015년)간 WB, ADB, 미주개발은행, 아프리카개발은행이 같은 분야에 연평균 투자한 금액(169억달러)의 세 배에 육박한다.
중국의 해외 에너지인프라 투자는 브라질 러시아 베네수엘라 이집트 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에 집중됐다. 분야별로는 원유 천연가스 석탄 수력발전 등이 주를 이뤘다. 시진핑(習近平) 정권 출범 직전인 2012년에는 80억달러에 그쳤지만 2014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FT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일대일로(一帶一露·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밝힌 이후 해외 에너지인프라 투자가 급증했다”며 “지난해 투자가 집중된 국가 역시 일대일로와 관련있는 곳들이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에너지인프라 투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 개발원조 기관에 대한 지원을 줄이겠다고 공언해 글로벌 인프라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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