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사고싶게 만드는 마트로
"소비자 사고싶은 제품만 내놓자 PB상품도 경쟁력 없으면 퇴출"
물건 수 줄이려하자 모두 반대, 매출 더 나오자 직원들도 수긍
홈플러스의 미래 세 가지
신선식품·단독상품·온라인 강화
전국 노후점포 순차적으로 개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도 이익 꾸준
[ 강영연 기자 ] “지난 1년간 두 가지 일만 했습니다. 상품 수를 줄이고, 고객에게 집중했습니다.”
김상현 홈플러스 사장(사진)은 경영원칙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빼는 게 플러스’라는 ‘뺄셈경영’과 ‘고객에게 집중하자’는 ‘고집경영’이다. 한국P&G 대표와 P&G 아세안 총괄사장을 거쳐 작년 1월 홈플러스 대표로 취임한 그는 1년 만에 2500억원이던 적자를 3100억원 흑자로 돌려놨다.
▷대표에 취임한 뒤 가장 집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고객 중심으로 모든 걸 바꾸자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고객이 고개를 들어야만 물건을 볼 수 있게 배치한 이유가 뭔지, 왜 유아완구가 아이들 키보다 1m 높은 곳에 있는지를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을 못 하더라고요. 이런 것을 바꿔나갔습니다. 유아완구 진열대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췄고, 신선식품 진열대도 한국 주부들 키에 맞게 조정했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소비자 분석 방식에도 변화를 줬습니다. ‘월소득 얼마 이상의 소비자가 파주운정점을 찾는다’ 같은 하나 마나 한 얘기를 못하게 했습니다. 누가, 어느 시간에, 왜 와서, 무엇을 소비하는가를 구체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남편이 출근한 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마트를 찾는 주부가 많았습니다. 파주운정점은 유모차를 편하게 끌 수 있을 정도로 복도와 아동 매장을 넓히고 문화센터를 강화했습니다.”
▷파주운정점은 신규 점포치고는 규모가 작습니다.
“파주운정점은 신규 점포임에도 면적이 6만5000㎡로 기존 마트의 평균(8만㎡)에 못 미칩니다. 하지만 점포는 다른 매장보다 넓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건 수를 기존 점포 대비 20% 줄이고 매대와 매대 사이 공간을 넓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취임 후 물건 수를 줄이고 불필요한 매대를 치우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그 성과가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물건 수를 줄이려고 할 때 반대는 없었습니까.
“매대를 치우자고 하면 직원들은 ‘매출이 준다’고 반대하지만 한 달 뒤엔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고 좋아합니다. 물건이 많은 것보다 소비자가 사고 싶은 물건을 적재적소에 놓는 게 중요합니다. 대형마트는 물건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고객이 물건을 사고 싶게 만드는 곳이라고 직원들에게 수천 번 반복했습니다. 처음엔 직원들이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타난 변화를 보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불필요한 자체상표(PB)를 모두 정리했더니 매출이 더 잘 나옵니다.”
▷다른 유통업체들은 PB상품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은 PB상품을 늘리고 있지만 홈플러스는 인기 있는 과자 브랜드의 크기를 다양화하는 식으로 기존 브랜드와 협력한 단독상품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실력이 검증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매출이 안정적으로 일어납니다. 경쟁력 있는 자체브랜드 상품은 과거처럼 그대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수제맥주 전문점과 협력해 내놓은 강서맥주, 달서맥주가 대표적입니다.”
▷대형마트 출점 규제로 신규 매장을 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성장할 계획입니까.
“올해부터 노후화된 점포를 중심으로 전국 매장을 순차적으로 개편할 계획입니다. 대형마트 규제로 신규 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점포를 현대화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기업형슈퍼마켓도 새 점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상권 특성에 따라 개편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상권 특성에 따라 프리미엄 매장, 신선 중심 매장, 일반 매장 등 다섯 종류로 나눠 상품 구색을 달리했습니다. 일반 주택가 근처엔 신선식품을, 원룸이 모여 있는 곳엔 가정간편식을 강화하는 식입니다. 영업규제 등으로 다른 SSM들의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10% 이상 성장했습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와 SSM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2016회계연도(2016년 3월~2017년 2월)에 31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성장을 위해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세 가지를 강화할 것입니다. 신선식품과 단독상품, 온라인입니다. 이 중 신선식품에 가장 신경쓰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신선식품만은 직접 보고 고르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많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열 방식도 바꿨습니다. 예를 들어 딸기는 세 번 이상 만지면 무르기 시작합니다. 이 때문에 딸기를 통에 담을 때 줄 이어 예쁘게 놓지 않고 흐트러지게 놨습니다. 대충 해서가 아니라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대주주가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홈플러스를 다시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유통업은 소비자 신뢰가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주주도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장으로 취임할 때 대주주가 부탁한 것은 홈플러스를 좋은 회사로 만들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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