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게가 7조원 대형마트로…장기 불황속 성공신화 창조
직원들에게 모든 권한 위임했더니 신선한 아이디어 쉼없이 쏟아져
돈키호테 CEO
야스다 다카오 지음 / 김진연 옮김 / 오씨이오
장기불황 속에서 신화를 창조해 낸 기업이 있다. 고정관념을 과감히 뒤집어 고객에게 뜻밖의 감동을 주면서 성공한 일본의 할인소매점 ‘돈키호테’다. ‘일본의 월마트’로 불리는 기업이다. 불황기에 3600배 성장과 매장 3.3㎡(평)당 매출 10배 증가라는 신화를 쓴 돈키호테는 기업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창업자의 인생 스토리도 감동적이다. 약 30년 전 작은 가게 하나로 시작한 돈키호테는 지난해 6월 결산 기준(2014년 7월~2015년 6월)으로 연매출 6840억엔(약 7조585억원), 영업이익 391억엔(약 4035억원)에 파트 타임 근무자를 포함해서 약 3만2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거대 소매업체로 성장했다.
돈키호테 창업자 야스다 다카오가 쓴 《돈키호테 CEO》는 견고한 유통업계에서 파란을 일으키면서 성공하게 된 비결과 창업자 자신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1978년 29세의 젊은이가 문을 연 작은 할인점이 어떻게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을까. 기존 유통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견고한 시장을 그는 어떻게 뚫고 들어갈 수 있었을까.
장기불황의 와중에서 위기 타개책을 찾아 헤매는 경영자라면 야스다가 갖가지 실수로부터 체험한 경영의 지혜에서 배워야 한다. 젊은 날에 어느 것 하나 풀리는 것이 없으며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던 저자의 행복과 불행을 바라보는 시각은 남다르다. “내가 몇 번이고 밀려오는 큰 불행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회사와 직원들을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상’이라고 여기는 범위를 벗어난 투지가 생겨났고, 누구도 상상치 못했던 새로운 시선과 아이디어가 싹텄다.”
그가 성공한 것은 카리스마 강한 오너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면서 ‘나를 따르라’는 식의 경영을 버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일본 소매체인이나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그는 ‘거꾸로 가기’로 굳게 결심하고 이를 과감하게 실천했다. “나는 돈키호테 1호점을 열 때부터 상품 구매는 물론이고 진열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가게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권한을 담당 직원에게 위임하고 절대 간섭하지 않았다.”
권한 위임을 모든 업종에 무차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창업자를 포함해서 근속 연수가 오래된 직원일수록 무난한 통념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그가 발견한 것은 권한을 위임하자마자 직원들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돌변해 버린다는 점이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쉼 없이 쏟아져 나왔다. 점포끼리 새로운 아이디어 경진대회라도 하듯이 고객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실험이 계속됐다. 사람들이 틀에 박힌 소매점보다는 뭔가 희귀한 물건이 없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가게 안을 유심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쇼핑에 재미와 호기심을 더하는 시도가 계속됐다.
장기불황 속에서 꽃을 피운 그의 성공은 무난한 쇼핑 방식으로부터 과감하게 이별을 선언한 것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는 젊은 직원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믿음에서부터 비롯됐다. 매출 감소에 고민하는 경영자라면 일독할 만한 흥미로운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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