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임금·근로여건 개선해야
[ 안재광 / 조아란 기자 ] 국내 청년들의 해외 취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선호하는 공무원 대기업 등은 취업문이 너무 비좁고, 중소기업은 성에 차지 않아 고학력 취업준비생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 해외취업 지원사업 ‘케이무브’를 통해 작년 한 해 해외로 나간 청년은 4811명에 달했다. 전년(2903명) 대비 65% 급증했다.
케이무브는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상대로 어학과 직무교육 등을 무료로 해주고 취업에 성공하면 최대 400만원의 초기 정착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해외 취업 희망자도 크게 늘었다. 이 공단이 운영 중인 해외 취업 포털사이트 ‘월드잡플러스’에 이력서를 넣은 청년들은 작년 처음 2만명을 넘어 현재 2만5000여명에 이르렀다.
해외로 나가는 청년 상당수는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2015년 영국으로 건너간 오상연 씨(28)가 그렇다. 그는 현재 피시앤드칩스(영국의 유명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중이다. 원래는 국내 대기업 입사가 목표였다. 시험에 떨어진 뒤 눈높이를 낮춰 한 중견기업에 취업했지만 곧 나왔다.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들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오씨는 “1년 뒤 한국 대기업 입사 시험을 다시 보고 잘 안 되면 영국에서 직장을 잡고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모씨(28)는 일본 도쿄에서 프리터(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로 생활한다. 인천의 한 대학을 졸업한 뒤 원하는 기업 입사에 낙방했다. ‘도피성 연수’로 3년 전 일본으로 건너갔다. 어학원에 이름을 걸어 놓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벌이가 나쁘지 않다고 느껴 전향했다. 현재는 카페에서 일한다. 성씨는 “한국에선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대기업에 취업 못하면 낙오자처럼 느껴지는 게 싫었다”고 말했다.
케이무브 사업을 통해 작년에 해외로 나간 청년들의 평균 연봉은 2686만원 수준. 잡코리아가 작년에 발표한 국내 대기업 초봉 평균(3893만원)보다 적었지만 중소기업(2455만원)보다는 다소 높았다.
반면 중소기업은 고학력 청년을 뽑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80.5%가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류준열 서울시립대 교수는 “중소기업의 근로 여건이 점점 나빠져 번듯한 직장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며 “청년 실업 해소의 근본적인 처방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를 줄여 양질의 중소기업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조아란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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