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2] 문재인의 적은 문재인이었다…잦은 설화·뺄셈 경선에 무너진 대세론

입력 2017-04-06 19:07   수정 2017-04-07 05:08

대선판도 지각변동…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로

박스권에 갇힌 문재인 지지율
4자대결서 안철수와 오차범위내 접전…양자대결에선 안철수에 뒤지기도

문재인 무엇이 문제였나
경선 끝난 뒤 '양념' 발언으로 안희정·이재명 지지층 이탈
"적폐청산에만 매달린 것도 문제"

궤도수정 나서는 문재인캠프
8일 안희정·이재명과 회동, 정책 공유 등 본격 '끌어안기'



[ 은정진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캠프에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대선구도가 문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양강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어서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양자대결에서 안 후보에게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6일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다자대결 구도에서 문 후보는 41.3%로 1위를 달렸지만 안 후보(34.5%)와의 격차는 6.8%포인트였다. 양자대결에서는 문 후보 46.3%, 안 후보 42.8%로 격차가 3.5%포인트로 줄었다.


서울신문과 YTN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4일 전국 성인 104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는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가 40.8%로 안 후보(47.0%)에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세론이 힘을 잃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잦은 설화(舌禍)를 꼽을 수 있다. 캠프에선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문 후보가 지난 3일 대선후보 선출 직후 상대 후보에 대한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 등에 대해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발언한 게 대표적이다. 문 후보 지지층의 과도한 공격으로 상처를 입은 경쟁 진영 인사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중도층의 이탈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리얼미터 6일 조사에서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층의 63.1%,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층의 30.3%가 안 후보에게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 후보는 지난달 31일 TV 토론회에선 “노무현 정부 때 당정 분리는 옳지 않았다. 당정 일체를 추진하겠다”고 말해 ‘총재 부활’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 19일 TV토론회에서도 “군 복무 당시 전두환 장군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당 관계자는 “가랑비에 옷 젖듯 실수가 반복되면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문 후보가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노무현 대통령 사돈의 음주 교통사고를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캠프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경선 경쟁자였던 안 지사와 이 시장을 제대로 끌어안지 못한 것도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표를 까먹는 마이너스 경선이 되면서 두 사람 지지층이 문 후보가 아니라 안 후보에게 옮겨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후보 측이 5일 발표한 통합선대위 대변인단에 이재명 캠프 측 인사를 뺐다가 뒤늦게 포함한 것이나 안희정 캠프 인사를 사전 연락도 없이 명단에 넣는 등 나사 풀린 모습도 보였다. 문재인 캠프 측 박광온 공보단장은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두 캠프 측 관계자들은 “두 번 상처받았다”고 불쾌해했다.

이 같은 내우외환에 문재인 캠프가 ‘다자구도 필승론’, ‘적폐청산을 위한 정권교체’라는 기존 전략과 화두를 대폭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탄핵 정국에선 적폐청산 등이 통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통합을 얘기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물론 안 후보를 겨냥한 검증 공세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 측은 6일 “안 후보는 ‘차떼기’ 동원의 실상을 밝히라”고 공세를 폈다. 경선 후보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문 후보는 5일 안 지사, 이 시장, 최성 고양시장과 통화하고 8일 직접 만나 협력을 요청키로 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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