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금감원, 회계법인 빅4 내부 시스템 정밀조사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 막아라'

금감원 "부실감사 통제 시스템 허술한 회계법인 중징계할 것"


[ 이유정 기자 ] ▶마켓인사이트 4월7일 오전 11시15분

금융당국이 삼일 딜로이트안진 삼정KPMG EY한영 등 ‘빅4 회계법인’의 내부 품질관리 실태를 정밀 조사하기로 했다. 딜로이트안진 회계사들이 대우조선해양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내부 감시자’ 역할을 했어야 할 사내 품질관리실이 부실감사를 적발하지 못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어서다.

7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순부터 4대 회계법인이 품질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한 정밀 조사에 들어간다. 품질관리 시스템은 회계감사 전 과정에서 소속 회계사 등이 실수나 부정행위를 했는지 확인·관리하는 회계법인의 내부 통제 기능이다. 금감원은 실태조사에서 △기업 감사 결과에 대한 심리의 적정성 △품질관리실 인력의 전문성 △품질관리실장의 실질적인 권한 행사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이 빅4 회계법인을 상대로 품질관리 정밀 조사에 들어가기로 한 배경에는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있다. 딜로이트안진 품질관리실이 형식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탓에 소속 회계사들이 대우조선해양을 부실 감사한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어서다. 딜로이트안진은 지난 5일 ‘12개월 신규감사 업무정지’ 징계를 받았다.

금감원은 4대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2년마다 하는 ‘품질관리 감리’만으로는 회계법인별 품질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찾아내기 힘들다고 판단, 정밀 조사를 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감사를 맡은 상장회사가 100곳 이상인 회계법인에 대해 2년마다 품질관리 감리를 한다. 전담 인력비율과 교육시간, 조서관리 등 주요 체크리스트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하다 보니 품질관리 제도의 실효성을 점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딜로이트안진도 대우조선을 부실 감사한 2014년에 품질관리 감리를 받았지만 별다른 지적 사항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삼일 삼정 한영 등 나머지 대형 회계법인도 정밀 조사를 하면 그동안의 품질관리 감리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문제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형적인 품질관리 요건은 갖췄더라도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실태조사에서 문제가 드러난 회계법인에 추가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품질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으면서 수차례 부실감사가 적발된 회계법인에는 업무정지 등 중징계를 할 계획이다.

금감원 감리 결과 품질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회계법인은 상장사를 감사할 수 있는 길이 아예 막힐 수도 있다. 이런 내용이 담긴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품질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회계법인에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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