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방위비 등에 쓸 세수 부족…소비세 인상 재추진할 듯
[ 오춘호 기자 ]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도레이 최고고문(사진)은 일본 재계에서 손꼽히는 친한(親韓) 인사다. 내년 3월까지 한국 도레이를 통해 한국에 30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도 내놨다. 2010년에는 한국 산업자원부로부터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사카키바라는 일본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람으로 통한다. 2014년 1월 일본의 대표적 재계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을 맡은 뒤 아베 총리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있어서다.
사카키바라가 7일 열린 재정제도심의회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됐다. 일본 재무상 자문기구라고 하지만 재정운용정책을 사실상 결정하는 기구다. 회장 선출에는 아베 총리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게이단렌 회장이 재정심의회 회장을 겸한 건 2003년까지 회장을 맡은 이마이 다카시 이후 14년 만이다. 이마이 회장은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과 함께 지지부진하던 연금개혁을 이뤄낸 인물이다. 고령화 속에 늘어나던 사회보장 비용을 대폭 줄였다. 이후 재정심의회 회장은 교수들로 채워졌다. 이전 회장은 요시카와 히로시 도쿄대 교수였다. 그는 아베 총리가 원하는 만큼 재정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 소비세율 인상에도 실패했다. 지난해 기초재정 적자는 1조엔 규모, 9년 만에 최소로 줄어들었지만 올해 다시 재정이 확대되고 적자가 늘어났다.
아베 총리는 돈 쓸 곳이 한둘이 아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치러야 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방위비도 늘려야 한다. 고령화에 맞춰 복지 예산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가 추진한 소비세율 인상은 두 번이나 실패했다. 세수가 늘지 않은 시점에 다시 재계에 눈을 돌린 것이다.
사카키바라 회장은 게이단렌 회장으로 취임한 3년 전부터 사회보장 개혁을 외쳤다. 그가 내세우는 테마는 ‘고통을 동반한 사회보장 개혁’이다. 지난해 게이단렌에서 정당에 제공하는 정치헌금 평가항목에 그런 조항을 넣기도 했다. 정치인의 복지에 대한 생각을 돌직구 형식으로 묻고 있는 것이다.
사카키바라 회장은 총회 후 “소비세율 10% 인상은 꼭 필요하다”며 “기초재정수지를 흑자로 돌리는 목표를 반드시 실현시키겠다”고 했다. 10년 전에 이뤄낸 연금이나 복지 등 사회보장 개혁 수술이 다시 일본 열도를 휩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개혁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협력해서 해낸다는 게 일본의 정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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